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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세상을 해석하는 또다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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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세상을 해석하는 또다른 눈

입력
2007.09.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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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가 최고란다. 더 비싼 소고기, 돼지고기도 싫단다. 우리 얘기가 아니라 남의 얘기다.

며칠 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된 인도 연극배우들 얘기다. 경제력이 빈약한 공연예술인의 사정을 봐줘서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어떻든 고마운 마음에 프라이드 치킨, 양념치킨에다가 쫄면, 노가리, 김치까지 곁들인 진수성찬(?)의 파티를 열어주었다. 양념치킨은 ‘코리안 탄두리 치킨’이라는 해설까지 친절하게 덧붙여 주면서.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왔던 러시아 배우들이 개고기까지 맛보고 싶다고 해 우리 주머니를 축냈던 경우와는 백팔십도 다른 상황이었으니까.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대부분이니 소,돼지를 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그 깊은 맛 나는 소가 왜 힌두교에서는 신성시되고, 그 감칠 맛 나는 돼지가 왜 이슬람교에서는 금기시 되었는지를 현실감 있게 설명해 내려간 책이 있었다. 80년대 초반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던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가 그 책이다.

종교 이전에 두 종교가 태어난 곳의 토양, 기후, 경제 체제, 사회 구조 등이 그러한 금기들을 탄생시키는 배경이 되었단 얘기다.

물론 마빈 해리스가 그 시대에 그 곳에 살았던 것도, 타임머신을 타고 가봤던 것도 아니겠으나 그의 해석이 내게는 큰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내가 특정 종교의 신도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70년대 초반 대학시절 우연히 접한 첫 연극, 그것도 주연을 맡아 공연했던 작품 <스니키 휘치의 죽음> . 석양이 물든 황야에서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속에 총맞고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힘들게 내뱉는 유언.

묘비명을 ‘스니키 휫치. 태어났다가 죽었다. 그리고 물음표’라고 써달라는 너무도 간단하면서도 온 세상의 진실을 다 담고 있는 것 같은, 도가 통한 이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듯 싶은 그 유언에 홀려있던 나에게 ‘속세에서 산다는 것이 그렇게 관념적으로 해석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라는 얘기를 해준 책이 바로 <문화의 수수께끼> 다.

김철리 연출가ㆍ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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