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년 삶의 질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나이 들어 삶의 질을 가장 떨어뜨리는 질병의 하나가 바로 치매다.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80세 이상의 노인 5명 중 1명이 치매로 고생할 정도로 흔하다. 이렇다 보니 치매에 관한 여러 가지 학설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치매에 대한 진실 혹은 오해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치매에는 약도 없다?
치매는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법도 없다.
하지만 모든 치매가 다 불치병은 아니다. 국내 치매환자 4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혈관성 치매는 비교적 노인성 치매보다 예방과 치료가 쉽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환자와 흡연하고 비만인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뇌혈관이 손상돼 발생한다. 이 경우 뇌혈관을 치료하면 예방할 수 있다.
비록 노인성 치매는 완치할 수는 없지만 약 복용을 통해 악화를 늦출 수는 있다. 약을 복용하면 치매 진행 속도를 평균 1~2년 늦추며, 4명 중 1명 정도는 기억력이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식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 고스톱ㆍ바둑이 치매를 예방한다?
고스톱과 바둑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말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종합적인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놀이는 치매 예방에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 치매 예방엔 바둑이나 고스톱보다 독서가 훨씬 낫다고 한다. 노년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빨래ㆍ청소 같은 단순 허드렛일을 하는 것도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하루 1시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운동한 사람도 치매 발병률이 낮다. 따라서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고스톱이나 바둑을 두는 것보다는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 치매에 술은 무조건 해롭다?
술ㆍ담배가 치매에 직접은 아니더라도 2차적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다. 물론 술이 치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술이 뇌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과음하는 사람은 알코올성 치매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적당한 음주는 오히려 치매 예방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의대 브레텔 박사는 연구보고서에서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 가까이 낮았으며 1주일에 한 잔 이상 마신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이 25% 낮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 6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치매 위험이 1.5배 이상 높았다.
■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
치매와 건망증은 원인부터 다르다. 건망증은 기억이 일시적으로 잘 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치매는 판단력과 통찰력은 물론 장소ㆍ시간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능력의 이상에서 오고 메커니즘도 다르다. 건망증은 뇌의 신경회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지만 치매는 뇌 신경조직이 손상돼 발생한다.
치매는 나이 들어 신경세포 파괴가 심해지면서 기억력ㆍ판단력의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렇게 메커니즘이 다른 만큼 원인도 차이가 난다. 건망증의 가장 큰 원인은 과다한 정보량이다. 또 특정 주제나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써도 건망증이 올 수 있다. 이것은 뇌 손상때문이 아니라 할 일과 기억할 일이 많아서 잊어버리고 혼동하는 것이다.
반면 치매는 뇌세포가 외부충격으로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때문에 건망증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치매는 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억회로의 이상은 고칠 수 있지만 회로를 구성하는 뇌세포 손상은 복구가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 세브란스병원 오병훈 세란병원 채승희 박사>도움말=삼성서울병원>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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