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우리에게 '버마'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나라다. 1962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정권이 '인권탄압국'으로 등식화된 국가 이미지를 희석할 목적으로 89년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불리던 버마라는 국명을 미얀마로 바꾸었다.
수도였던 '랑군'도 지금의 '양곤'으로 개칭했다. 미국 영국 호주 아일랜드 등은 총칼로 정권을 찬탈한 군사정권이 바꾼 이름은 정통성이 없다고 보고 버마와 랑군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얀마와 버마를 혼용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일본 등 대부분 국가들은 유엔의 판단에 따라 새 이름을 수용했다. 명칭개정 절차를 준수했다면 회원국은 스스로 원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유엔 정신에 따른 것이다.
사실 미얀마와 버마는 오랫동안 똑 같은 의미를 가진 말로 함께 사용돼 왔다. 차이가 있다면 미얀마는 공식문서나 의전용에 사용되는 문어체였고 버마는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비공식 구어체 용어였다. 문자로 나타낼 때는 미얀마로, 말로 부를 때는 버마를 사용한 셈이다.
과거에도 공식문서에는 미얀마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미얀마 민주화 세력들도 미얀마와 버마 어느쪽이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군사정권이 미얀마를 고집하기 때문에 버마라는 이름을 더 선호하는 정도다. 최근에는 미얀마와 버마 중 어떤 용어를 쓰느냐에 따라 정치적 성향을 판단하기도 한다. 야권과 민주화 세력은 버마를, 친정부세력은 미얀마를 쓰는 식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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