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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CEO들 '스킨십 경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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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CEO들 '스킨십 경영' 확산

입력
2007.09.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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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임 100일을 갓 넘긴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이 달 20일 추석을 앞두고 본사 야외 주차장에서 ‘해피 아워’ 행사를 열었다. 식순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직원들과 사장이 생맥주를 마시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공기업의 딱딱한 문화가 남아 있는 서울보증보험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방 사장은 “취임 후 업무 파악을 하느라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사장과 직원이 아니라 같은 직원의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었더니 직원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 사장은 최근 일선 지점을 차례로 방문하며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2. 이 달 초 우리은행 본점 5층 강당. 박해춘 행장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이 자리를 같이 했다. 부행장 등 경영진과 본부 부서장, 서울ㆍ경기지역 영업본부장 등 150여명의 임직원이 강당을 메웠다.

노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우리 패밀리 정 나누기’ 행사였다. 장기간 투병중인 직원 가족 대표 8명을 초청해 우리은행 직원들이 매월 급여에서 일정액을 모금하는 ‘우리사랑기금’에서 4,000만원을 지원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우리은행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인 ‘정이 흐르는 문화’를 구축해 나갑시다. 행장이 혁신 에너지인 정을 창출하는 조력자 겸 감성 리더십의 전파자가 되겠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행장으로만 각인돼 있던 박 행장의 이 날 메시지는 직원들에게 따뜻한 스킨십으로 다가왔다.

보수적인 금융권에 최고경영자(CEO)들의 ‘스킨십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CEO들의 희망 사항. 하지만 CEO와 직원간의 현실적인 장벽은 높을 수밖에 없다.

형식적인 만남의 자리를 몇 번 마련한다고 해서 그 벽이 허물어지기는 힘든 법. 직원 위에 군림하는 ‘제왕’의 성격이 짙었던 금융권 CEO들은 최근 지속적인 스킨십 이벤트를 통해 장벽 허물기에 힘쓰고 있다. 그것이 회사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펀(fun) 경영’의 적극적인 실천자다. 매주 수요일 직원들에게 ‘CEO 레터’를 띄운다. 띄엄띄엄 보낸 편지가 벌써 70통이 넘었다. 휴가 중에 생긴 일화, 직원들과의 일상적인 만남 등 사소한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경영 철학이나 기업문화, 비전 등 무거운 주제도 종종 포함된다.

한 직원은 “CEO 레터를 읽고 있다 보면 마치 옆집 아저씨가 쓴 편지를 읽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말했다.

화이트데이에 여직원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직접 꼬깔모자를 쓰고 직원의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등 ‘재미있는 일터 만들기’를 위한 그의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는 유명 성악가를 초청하는 등 주총을 축제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매년 여름 휴가를 직원들과 함께 보낸다.

단순히 놀고 즐기는 휴가가 아니라 ‘사랑의 집 짓기’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강원도 태백에서 ‘씨티가족이 사랑과 희망의 집을 지어요’라는 주제로 진행한 행사에는 올해 입행한 신입 직원들이 참여했다.

같이 땀을 흘리면서 봉사의 즐거움을 나누고 은행의 기업문화를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은행의 한 직원은 “처음에는 휴가까지 업무의 연속인 것 같아 부담스러웠지만 참여한 뒤에는 강한 자부심도 느끼고 경영진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해상화재 서태창 대표는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 자연스러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다.

직원들과 공연을 관람하고 간단한 술자리를 겸하는 ‘Hi-day’, 전국 영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개선 사항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현장 속으로’, 대표이사와 직원들이 느끼는 애환과 건의사항을 듣는 ‘VOE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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