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4)씨는 3년째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 이틀에 한번씩 4시간 동안 혈액투석(透析)을 받고 있다. 그에게 투석치료는 일상사가 돼 버렸다.
김씨처럼 우리나라에서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과 같은 신(腎)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신부전증 환자가 4만2,000여명이나 된다.인구 100만명당 854명꼴로 전세계적으로 10위 정도의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콩팥(신장)은 정수기 필터처럼 노폐물을 걸러낸다. 또한 수분을 다시 흡수하는 기능 외에도 혈압과 산염기를 조절하고, 비타민D를 합성, 뼈를 튼튼하게 한다.
따라서 콩팥이 망가지면 소변 양이 줄거나 몸이 붓는 증상 외에도 혈압이 높아지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생긴다. 말기 신부전증은 이미 콩팥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콩팥 기능이 80% 정도 망가질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 진단과 증상은?
만성 신부전증은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정상 0.5~1.3㎎/㎗)가 2이상이고 3~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이같이 콩팥 기능이 떨어져 몸 속에 쌓인 독소 등의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는 만성 신부전증을 부르는 대표적인 요인은 당뇨병이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당뇨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콩팥은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진 사구체 덩어리다. 요산을 내보내고 영양분은 흡수하는데 당뇨병은 말초혈관에 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당뇨병이 발병하면 콩팥에 큰 타격을 준다.
고혈압도 만성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고혈압이 콩팥의 모세혈관에 동맥경화를 일으켜 콩팥 기능에 문제를 생기게 때문이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진단되면 혈압을 130/80㎜Hg 이하로 엄격히 조절해야 한다. 이밖에도 사구체질환, 신장염, 만성 신우신염, 다낭성신장염, 신결핵 등으로 신부전증이 발병한다.
만성 신부전증의 초기 증상으로는 야간뇨다. 신장 질환의 초기에 가장 먼저 소변이 농축되지 못해 밤중에 2~3회 이상 소변을 보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 경우 남성은 전립선비대증, 여성은 방광염을 먼저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밖에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만성 피로감, 무력감, 식욕감퇴, 빈혈, 고혈압, 부종 등 전신 증상과 소화불량, 구토증 등의 위장관계 증상, 수면장애, 정서불안, 두통, 기억력 저하 등 신경계 증상, 성욕 저하 등이 있다. 또한 면역기능의 저하, 근육 쇠약과 관절 이상이 발생하며, 노폐물이 쌓이는 요독(尿毒) 현상으로 몸이 가렵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출혈시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 치료는?
다행히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요독 증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물요법을 쓴다.
그러나 일단 콩팥의 기능이 정상의 10~15% 이하로 떨어진 말기 신부전증일 경우엔 투석요법과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투석요법에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등 2가지가 있는데 혈액투석은 1주일에 2~3회, 복막투석은 1일 3~4회 실시한다. 1인당 치료비는 혈액투석 환자의 경우 투석료와 약값을 포함해 월 50만원 정도다.
혈액투석은 몸 밖으로 빠른 속도로 혈액을 혈액투석기(인공신장기)로 흘려보내서 노폐물과 필요 없는 수분, 전해질을 제거한 뒤 깨끗해진 혈액을 몸 안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콩팥은 쉬지 않고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하지만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혈액투석을 받아야만 노폐물을 몸 밖으로 제거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콩팥 기능과 음식물 섭취량에 따라 2~3일 간격으로 혈액투석을 받는다. 한번 혈액투석을 시작하면 4시간 가량 걸린다.
혈액투석을 하기 위해서는 1분에 200~300㎖의 혈액을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상적인 피부 밑에는 이런 많은 양의 혈액이 흐르는 혈관이 없다.
그래서 팔 안의 동맥을 피부 바로 밑 정맥에 이어주는 수술(동정맥루 성형술)을 한다. 6주쯤 지나면 정맥이 굵고 두꺼워져 혈액투석에 필요한 많은 양의 혈액이 흐르게 된다. 수술은 주로 왼쪽 팔목ㆍ팔뚝(오른손잡이 경우)이나 팔꿈치 위쪽에 수술하게 된다. 정맥이 잘 발달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엔 인공혈관을 사용해 동맥과 충분히 굵은 정맥 사이를 이어주기도 한다.
반면 콩팥 기능이 떨어져 몸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을 때에는 복막투석을 한다. 복막투석은 우리 몸 안 배의 빈 공간(복강)에 수술을 통해 얇은 관(복강 카테더)을 삽입한 뒤 투석액을 주입해 하루에 3~4회 교환하면서 체내 축적된 노폐물과 수문을 제거하는 것이다.
■ 식이요법도 중요
투석요법을 받아도 제거할 수 있는 노폐물의 양은 한정돼 있어 노폐물이 어느 정도 이상 축적된다면 몸에 무리가 간다. 따라서 투석 환자에게 식이요법은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식이요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염분과 수분 조절이다. 정상인은 염逵?수분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콩팥이 알아서 조절해주지만,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필요 이상의 염분과 수분을 섭취하면 부종은 물론 고혈압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신부전증 환자는 원인 질환과 환자 상태에 따라 염분과 수분 섭취에 대해 신장내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해도 단백질 자체의 분해로 요독이 증가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우유 달걀 소고기 생선 등의 양질의 단백질이 분해된 경우에는 대사산물이 적게 남지만, 두부 등의 단백질이 분해된 경우는 대사효율이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대사산물이 많이 생성돼 요독 수치를 올린다.
따라서 양질의 동물성 고급 단백질을 탁구공 정도 크기로 끼니마다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정확한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에 따라 처방되며 신장내과 전문의와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한대석 교수, 삼성서울병원 오하영 경희의료원 인공신장센터 이태원 교수>도움말=세브란스병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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