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성 지음 / 지식산업사 발행ㆍ336쪽ㆍ1만5,000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ㆍ1889~1961ㆍ사진). 조선총독부 건축을 위해 광화문 철거가 논의되자 이에 반대하고, 서울에 조선미술관을 설립했으며, 도쿄에 이조도자기전람회와 이조미술전람회를 유치했던 일본인.
1984년에는 정부가 보관(寶冠)문화훈장을 추서하는 등 그는 우리사회에서 조선의 예술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심지어는 일본의 조선 동화정책에 반대한 양심적 일본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언론인 출신의 정일성씨가 펴낸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 얼굴> 은 ‘야나기 신화 ’의 후광을 걷어내고 ‘식민지 문화정치의 이데올로그’ 로서의 면모를 밝힌 논쟁적인 책이다. 야나기>
가령 3ㆍ1운동 직후인 1919년 5월 요미우리 신문에 게재된 글로 일선동화(日鮮同化)’ 정책을 비판한 글로 알려진 ‘조선인을 생각하다’ 같은 칼럼들만 꼼꼼히 읽어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야나기는 이 글에서 “반항을 현명한 길이라거나 칭찬할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며 조선인들의 독립투쟁을 반대하고 있다.
1922년 발표한 ‘비평’ 이라는 칼럼에서는 “조선사람들이여, 쓸데없이 독립을 부르짖기 전에 위대한 과학자와 예술가를 길러라”고 주문하며 식민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감추지 않는다.
조선예술의 특징을 ‘비애미(悲哀美)’ 라고 짚어낸 그의 미학관 역시 논란거리다. 여기에는 무단통치로 상처받은 식민지인들을 위무하는 척 하면서 무력감과 허무의식을 주입해 저항정신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이토 히로부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2002) <후쿠자와 유기치- 탈아론을 어떻게 펼쳤는가> (2005) 등 저자가 근대의 일본인물을 통한 한일관계사를 재조명하려했던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후쿠자와> 이토>
저자는 “야나기에 대한 비판적 연구는 우리 학계가 먼저 해냈어야 할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를 ‘한국 예술의 원형을 정립한 공로자’ 로 칭찬한 1960년대 초기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며 “최근 일본학계에서 야나기를 재조명한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학계의 분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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