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의 개최에도 불구, 미국이 내달 2~4일로 예정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곳곳에서 대북 강경기류를 드러내고 있어 미국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5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야만정권(Brutal Regime)’에 포함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비록 북한을 벨로루시, 이란, 쿠바 등과 함께 거명한 것이었지만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인권이 철저히 유린되는 지역으로 규정, 남북정상회담에 나설 노무현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세계의 모든 문명 국가들이 북한과 같은 나라들의 인권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요구함으로써 북한 인권문제를 목전의 현안으로 부각시켰다.
존 루드 미 국무부 차관보가 26일 북한이 2006년 7월 장거리미사일 등의 발사를 강행했을 때 미국 정부 내에서 대북 선제 공격론이 제기됐다는 사실을 굳이 공개한 것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에 해당한다.
루드 차관보는 비록 당시의 선제공격론 주장이 위기확산을 우려한 부시 행정부에 의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폐기됐음을 밝혔지만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항상 선택 가능한 수단으로 남아 있음을 알리는 데에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
미국이 북핵 6자회담 개최 직전에 이란과 미사일 거래를 한 북한의 기업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한 것도 시기적으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미 국무부는 관련법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이고 6자회담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제2의 방코델타아시아(BDA)’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인 환영 의사에도 불구,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경계쪽에 가깝다.
임기말에 처한 노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북한의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6자회담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남북간 대형 경제ㆍ사회적 이벤트가 현실화할 경우 북한의 핵 포기는 그만큼 멀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미 행정부 내에서 감지되고 있는 강경 분위기는 6자회담의 진전을 가로막을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과속을 견제할 목적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카드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수준은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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