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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르' 내한공연 앞둔 세계적 안무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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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르' 내한공연 앞둔 세계적 안무가 인터뷰

입력
2007.09.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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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를 벗어던진 맨발의 신데렐라와 강인하고 적극적인 줄리엣. 고전의 파격적인 해석으로 매번 관객을 열광시켰던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2년 만에 한국에 온다.

고전 발레의 명작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 를 새롭게 빚어낸 <라 벨르> 를 다음달 12, 1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17, 18일 성남아트센터에 올린다. 마이요가 이끄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춤을 추고, 몬테카를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연주한다.

2001년 초연돼 니진스키 어워드 최고 안무상을 수상한 <라 벨르> 는 '왕자와 공주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왕자를 줄곧 억압해온 식인귀 왕비는 며느리가 된 오로라 공주를 뱀과 두꺼비로 가득찬 솥에 집어넣으려 한다.

동화의 환상을 산산조각내는 음울한 이야기지만, 무대와 의상은 황홀할 만큼 아름답고 상징적이다. 이름만으로도 관객을 설레게 하는 안무가 마이요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고전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이유가 뭔가.

"전통은 역사인 동시에 흥미로운 스토리다. 역사 속에서 탄생한 고전 작품에는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정서가 숨어있고, 우리 발레단은 전 세계 관객 앞에서 춤을 추기 때문에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필요하다. 고전은 관객과의 의사 소통이 가장 수월한 작품이기에 재해석하는 작업을 즐긴다."

-<라 벨르> 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작품인가.

"사랑, 그 중에서도 부모와 아이의 사랑에 대한 것이다. 공주와 왕자를 과잉 보호와 아동 학대라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이들로 설정했다.

공주를 싸고 있는 투명 풍선은 지나친 부모의 사랑을 상징한다. 부모의 사랑은 좋은 것이지만 지나치면 아이를 세상과 격리시킨다. 왕자의 어머니인 식인 마녀는 아이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부모를 표현한 캐릭터다.

부모의 사랑도 적당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하나, 진정한 사랑이 찾아왔다면 그를 얻기 위해 돌진하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삶은 결코 길지 않다."

-여성은 강인하게, 남성은 유약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남성은 부드럽고 약한 부분을 숨기고 있고, 여성은 때로 남성보다 강한 존재다.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세 명의 아이를 가진 전형적인 프랑스 남자인 나 자신에게서도 때로 예민한 감수성을 발견한다. 큰 딸은 배우, 아들은 디자이너다. 아이들이 예술의 길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아 행복하다."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삼촌이 한국 아이들을 입양해서 세 명의 한국인 사촌이 있다. 한국에 특별히 친근감을 갖고 있어 언제나 한국 공연이 기다려진다. 한국인들은 유럽보다는 라틴 계열에 가까운 감성을 가진 것 같다.

감수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남녀 관계를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내 작품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또 역사가 오랜 나라라서 역사적 작품을 재해석하는 스타일에도 친근함을 느끼는 것 같다."

-고전을 바탕으로 구상 중인 작품이 또 있는가.

"12월에 <파우스트> 를 공연할 예정이라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 독일에서 오페라 <파우스트> 를 봤는데 한국 테너 알프레드 김(김재형)이 파우스트 역을 아주 멋지게 소화해내더라.

그 이후는 모르겠다. 원래 장기적 계획을 세워 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 매력인데 계획을 따라가며 살면 너무 지루할 것 같다. 삶이 흘러가게 놔두면서 매 순간을 즐기는 것이 행복한 인생의 비결이 아닐까."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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