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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5세대 "겸손함속 빛나는 스타일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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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5세대 "겸손함속 빛나는 스타일에 눈길"

입력
2007.09.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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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 벌 사기를 사생결단하고 공을 들이는 선배와 자타공인 귀차니스트(귀찮은 일을 몹시 싫어하는 태도나 사고방식) 라 할인마트에서 장보듯 옷도 사는 후배.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숙영(49)씨와 김성경(35)씨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3545세대 여성의 삶과 패션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패션계의 주력 소비시장이 20대에서 경제력을 갖춘 30대 후반~40대 여성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는 시대,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녀들이 유쾌 발칙하게 펼쳐놓은 ‘스타일의 사회학’을 소개한다.

“대통령도 스타일이 멋졌으면 좋겠다”

김성경(이하 김): 요즘 친구들 만나면 와, 일하지 않는 친구들도 가정주부 같지가 않아요. 다 처녀 같아요. 오죽하면 친구들이 “(네가 제일 뚱뚱한데) 왜 네가 방송 나가냐”며 놀려요.

이숙영(이하 이): 나우(NOWㆍNew Old Woman)족이라고 하잖아요. 중년 이후에도 여전히 젊고 건강하고 경제력도 있는 여자들. 옷차림도 얼마나 과감해. 다들 너무 세련돼서 어떨 땐 옛날 엄마들이 그리워지기도 해요. 가꾸는 것과는 영 거리가 먼 촌스러운 엄마들, 하하.

김: 기억해보니 우리 엄마도 늘 펑퍼짐한 꽃무늬 치마 입고 있었어요. 그때 어린 마음에도 미국 드라마 보면 40,50대 여자들도 청바지 멋지게 입던데 왜 한국 엄마들은 저렇지 못할까 했었죠.

이: 우리 엄마는 의사였는데 외모엔 도통 신경을 안 쓰셨어요. 남편 헤진 런닝셔츠나 찢어진 팬티도 막 입고 다니고. ‘머리 속에 든 지식은 누구도 뺏어갈 수 없다’고 외던 분이니까. 아마, 내가 이렇게 된 건 엄마랑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아.

김: 요즘 30,40대 여자들의 의식변화가 엄청나다는 걸 느껴요. 영어학원 가보면 다 아줌마들이에요. 전에는 남편과 자식의 성공이 인생의 목표였다면 요즘 여성들은 자기 계발이나 자기 투자에 굉장히 적극적인 거죠. 외모 가꾸기도 그런 노력의 하나이고.

이: 앞으로는 100세까지도 사는 세상이잖아요. 좋든 싫든 일생에 3,4번 결혼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고. 그러니 연식에 상관없이 상태가 좋아야지. 나는 같은 여자라도 옷 잘 입는 여자가 더 흥미롭고 좋은 것 같아. 결혼이든 취업이든 인간관계든, 외모가 ‘플러스 알파’가 되는 건 분명해요.

김: 가끔은 대통령도 좀 스타일이 멋진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요. 국가 이미지 제고차원에서.(웃음)

“옷, 나이로 입나 재미로 입지”

김: 신입 아나운서 시절, 선배가 머리에 꽃, 그것도 생화를 꽂고 출근했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멋지다’ 했던 기억이 나요.

이: 하하, 그땐 탱고에 미쳐있었어요. 나는 ‘이걸 하면 행복하겠다’ 싶으면 그냥 해요. 남의 눈치는 안 봐. 젊어서는 남자를 의식했는데 요즘은 능동적으로 입어. 나이와 상관없이, 옷은 재미로 입는 거니까.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데 사생결단하고 입어야지. 장식이 많고 재미있는 옷을 좋아해요. 반듯한 것보다 어딘가 찢고 터지고 어깨 끈은 내리고, 빨강이나 분홍 등 색도 많이 쓰고. ‘오브제’ ‘에고이스트’ 같은 대담무쌍한 디자인의 브랜드에 미치죠.

김: 저는 방송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단순한 정장 스타일을 좋아해요. 귀차니즘이 너무 심해서 옷 사러 가는 것도 싫고요. 브랜드를 모르니 싼 옷은 할인마트에서 사고, 거리매장에서 괜찮다 싶은 옷이 있으면 그냥 한꺼번에 몇 벌씩 사요. 가두매장의 경우 같은 55, 66 사이즈라도 기성복 브랜드에 비해 좀 작아서 맞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이지만. 그리고, 싼 옷 입었는데 비싸 보인다 소리 들으면 거의 희열을 느껴요.

이: 나는 옷 사는 게 취미 활동이고, 쇼핑이 운동이에요. 동대문이나 압구정동 골목골목 안 누비는 데가 없어 오죽하면 별명이 ‘홍길동’ 이래, 안 나타나는 데가 없다고. 얼굴이 꽤 알려져 있지만 백화점에서 예쁜 옷 입은 여자 좇아가 ‘이 옷 어디서 샀냐?’며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 쪽이 더 놀라더라고, 하하.

김: 저는 백화점 가는 게 싫은 게 브랜드마다 특색이 없고 그 옷이 그 옷이에요. 브랜드 옷 입으면 오히려 개성이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이: 패션이라는 게 어떤 면에선 브랜드 게임인데 아쉽죠. 해외 고급브랜드들이 더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애국한다’ 생각하고 쇼핑해요. 가게 점원도 먹고 살아야 하고 단추구멍 뚫는 사람도 벌어야 하니까. 나의 드림(dreamㆍ꿈)인 대형 옷방도 가질 수 있게 될 터이고. 머라이어 캐리는 옷방이 11개라 하더만.

김: 몇 개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 에이, 작은 방 하나예요.

“주체성과 겸손함이 중년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김: 21세기 메가트렌드중 하나가 다모작인생이라고 하잖아요.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지면서 취미를 직업으로 발전시키는 여성들을 꽤 보게 돼요. 노인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선배 여성 아나운서 한 분은 얼마 전 노인복지사가 됐어요. 얼마나 열정을 갖고 사느냐가 문제일 뿐 방법을 찾다 보면 길은 열리는 것 같아요. 선배도 쇼핑몰 열었지요?

이: 옷을 워낙 좋아하니까 친한 후배가 함께 해보자고 해서 용기를 냈어요. 내가 발품 팔아서 찾아낸 옷과 구두 가방 등을 파는 것이니까 재미있어. 아침방송 진행만 20년에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은 셈인가.

김: 저는 2002년에 퇴사 한 뒤 지난해부터 유아 콘텐츠 회사에 다녀요. 아나운서는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답답하기도 했어요. 정체된 느낌이랄까. 아이엄마로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전문직을 찾다가 교육과 오락을 접목시킨 에듀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죠. 겁 없이 달려들어 돈은 엄청 날리고 있지만 그래도 보람 있어요. 나이로도 적당한 때 시작한 것 같아요. 잘 못 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이니까.

이: 그게 요즘 여자들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생각해. 한번 결혼하면 그걸로 인생 끝이었던 엄마들과 달리 요즘 여자들은 중년이 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 외모든 취업이든 재혼이든.

김: 아쉬운 게 있다면 대담하게 입는 것은 좋지만 TV속 유행을 무조건 좇는 건 보기 민망해요. 이른바 성공한 여성들이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도 문제고요. 저는 ‘겸손하지 못한 건 무식의 소산’이라고 생각하는데 겸손함 속에 스타일이 보석처럼 빛나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지요.

이숙영 - 톡톡 튀는 화법으로 20년째 출근길 샐러리맨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방송인. 최근 사람을 사로잡는 화술을 다룬 책 <맛있는 대화법> 을 출간한데 이어 인터넷 쇼핑몰 포에버영(www.foreveryoung.co.kr)을 오픈했다. 현재 SBS라디오 <이숙영의 파워 fm> 을 진행중이다.

김성경 - SBS공채 아나운서에서 2002년 프리 선언, 2006년부터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 제작사 ㈜상상앤아이 기획이사로 재직중이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싱글맘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할 뿐 아니라 어린이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한다. 미스코리아 김성령씨의 동생이기도 하다.

글=이성희기자 summer@hk.co.kr사진=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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