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군정 종식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정부군이 무력 진압에 나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26일 오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승려와 시민 1만여 명이 도심 불탑(佛塔)인 쉐다곤 파고다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군정 종식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미얀마 군경이 이날 시위 진압에 나서면서 적어도 5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CNN이 노르웨이 소재 미얀마 반정부단체가 운영하는 ‘버마 민주의 소리’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AFP도 미얀마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적어도 3명의 승려와 1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승려 1명은 군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총이 발사되면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경이 경고사격은 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미얀마 사태와 관련, 26일 오후 3시(한국시간 27일 새벽 5시)에 긴급회의를 소집키로 결정했다고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이 밝혔다.
승려들이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 1만여명은 이날 미얀마 군사정부의 야간통행과 집회금지령에도 불구하고 9일째 양곤 시내에서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군경은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하고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방패와 경찰봉을 무자비하게 휘둘렀고 승려 등 300여명이 체포됐다고 AFP가 보도했다.
미얀마 군정은 이날 새벽 0시를 기해 옛 수도인 양곤과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 각각 60일간의 통금령과 5인 이상의 집회 금지령을 내렸다. 야간 통행금지 조치는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진다.
한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날 미얀마 사태와 관련, 유엔안보리 긴급소집 요구하는 등 주요국 정상과 국제기구, 종교지도자 등은 미얀마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한편 평화시위에 대한 강제진압 자제를 미얀마 군정에 촉구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얀마 군사정권 지도자들과 재정적 지원세력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인권 탄압 책임자와 가족들에게 비자발급 금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총장은 “시위대가 평화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에 찬성을 보내며 미얀마 정부는 무력사용을 자제하라”고 촉구했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조만간 미얀마의 야당인사를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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