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신고 및 불능화의 연내 이행과 경제ㆍ정치적 상응조치 로드맵을 논의할 6자회담이 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나흘간 일정으로 개막된다. 그러나 최근 돌출한 북한의 시리아 핵 이전설이 새 변수로 부상하고 있어 회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북미가 이번 회담에서 이른바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 문제를 놓고 대립할 경우 모든 북핵 프로그램 신고 및 핵 시설 불능화의 연내 이행 합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 신고 및 불능화 등 2ㆍ13합의 2단계 조치의 구체적 이행 합의를 앞두고 나온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은 이스라엘 특수부대의 북한 핵 물질 확보(영국 선데이타임스) 등 구체적인 상황이 보도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핵 이전 의혹에 대한 규명 및 생산된 플루토늄의 사용내역에 대한 성실한 핵 신고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26일 저녁 김 부상과 양자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핵 확산 이슈는 6자회담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힐 차관보는 14일 미 언론의 북한 핵 이전 보도에 대해 "핵 확산(이전)도 신고대상"이라고 말했었다.
반면 김계관 부상은 25일 베이징 도착 후 "우리와 시리아의 핵 거래(이전)설은 미친 놈들이 지어낸 것(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미 수석대표는 26일 베이징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핵 이전 의혹을 포함, 핵 신고ㆍ불능화 연내 이행 문제를 사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미 정부는 핵 이전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보다는 "북한은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며 군불 때기를 계속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 보도는 미 정부소식통을 인용한 것이어서 미국이 핵 커넥션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상당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을 개연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 정부가 그런데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면 현 단계에서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을 공개적으로 이슈화 하기보다 일단은 순항하고 있는 북핵 협상을 통해 마찰을 빚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생산된 플루토늄의 사용내역에 대한 북측의 신고 의사 및 검증을 받을 자세를 보며 북측의 진실성을 판단해보자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미국이 구체적 정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은폐 또는 부인하는 자세로 일관할 경우 6자 회담의 진로는 예측불허의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개발 의혹이 촉발시킨 2002년 2차 북핵 위기의 전개 과정과 유사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가 26일 "불능화보다 신고가 중요하다"며 "핵 폐기 의지의 진실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핵 신고과정"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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