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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 '맨손의 역전극'/ 화성 '컴윈' 성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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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 '맨손의 역전극'/ 화성 '컴윈' 성공 스토리

입력
2007.09.2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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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듯한 공장이 우리 것이라니 믿기 지 않습니다.”

㈜컴윈의 정재구(37) 생산과장은 21일 새로 확장 이전한 경기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 공장 건물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과거 알코올 중독자로 자포자기의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용접공이었던 정씨는 2001년 실직한 뒤 재취업에 실패하면서 술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예쁘던 아내와 아이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매일 소주를 4,5병씩 먹어야 잠이 들곤 했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가 미웠다. 그러던 정씨에게 구원의 빛이 보였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상대로 자활을 돕는 시흥시 ‘작은자리자활센터’의 권유로 자활작업장에 들렸다가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꿋꿋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정씨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정씨 같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창업한 고물상 수준의 컴퓨터 재활용업체가 3년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는 수출 기업으로 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컴윈은 2003년 12월 경기 안산과 시흥의 기초생활수급자 6명이 모여 만들었다.경기광역센터 산하 작은자리자활센터에서 관련 기술을 익힌 뒤 안산시 정왕동 조그만 공터에 고물상 수준의 사무실을 마련해 가능성을 타진하던 이들은 1년여 만에 마침내 자본금 2,000만원으로 컴윈을 설립했다.

센터의 도움으로 먼저 주변 학교에서 버려지는 컴퓨터를 수거해 재조립하거나 부품을 판매하면서 규모를 갖춰 나가던 이들에게 행운이 찾아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알게 된 삼성전자와 한국HP가 도움을 줬고 이 덕분에 지금은 동남아, 남미 등에 컴퓨터를 수출하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6명이었던 직원은 본사 12명, 대전 중부지사, 대구 영남지사 각 5명 등 22명으로 늘어났다. 매출액도 창업 이듬해 8억원에서 올해 18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컴윈 권운혁(39)대표는 “공장 이전 개소식을 앞두고 밀린 수출물량을 선적하기 위해 직원들이 이틀 밤을 샜다”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어 회사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비좁았던 시화공단 월셋방을 벗어나 깔끔한 새 보금자리로 이전한 뒤 첫 회식자리에서 많은 이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직업교육, 창업, 운영 등에서 외부의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더 열심히 일해 반드시 성공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컴윈은 요즘 또 하나의 중견기업과 납품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계약이 체결될 경우 직원 7,8명을 신규로 채용할 예정이다.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이 대상이다. 이들은 사회적 편견과 달리 기회만 주어지면 대단한 의욕과 집중력, 성실함을 발휘해 오히려 일반인에 앞선 능력을 보여준다는 게 권대표나 자활센터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3년 내 지금의 배 이상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을 뒷받침해준 경기광역자활지원센터의 박기홍 팀장은 “컴퓨터만으로는 원가절감에 한계를 느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 중”이라면서 “규모를 키우고 회사를 옮기느라 3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이윤 발생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명실상부한 기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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