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을 앞세워 매년 총 지출 예산을 크게 늘려왔다. 내년엔 그 규모가 260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제 개혁은 답보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출범 초부터 ‘중ㆍ장기 세제개편’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세제 개혁도 지지부진한 연금개혁처럼 대부분 시늉에 그쳤거나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다.
2002년 130조원대였던 국가채무가 올해 말 300조원을 넘고, 적자성 채무 비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5년 간 적자국채 발행액만 30조원대에 이른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세체계의 선진화ㆍ합리화를 위해 올 3월까지 중ㆍ장기 세법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작업은 흐지부지되고 조세개혁특별위 활동마저 주춤한 상태다. 일각에선 “정부가 개편안을 만들고도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고 대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해 장롱 속에 처박았다”는 얘기도 있으나, 속사정이 어떻든 현 정권이 약속한 세제개혁은 물 건너 간 셈이다.
그렇다고 살림을 알뜰하게 해온 것도 아니다. 매년 갖가지 명목을 붙여 성장률을 상회하는 예산을 짜오더니 급기야 내년의 총 지출 증가율은 5년래 최대인 7.9%에 이르게 됐다. 못 벌어도 통 크게 쓰는 정부가 ‘일하는 정부’라는 투다.
정부는 톱다운 예산편성, 세출 구조조정, 디지털예산회계 도입, 국가재정법 제정 등의 제도개혁과 세원 투명성 확대, 음성 탈루소득 감시 강화,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 세정 혁신에도 공을 들였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 이상으로 곳곳에 비효율과 선심의 함정도 많이 생겼다.
참여정부는 지난해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이라는 미래 전략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정권의 바이블로 삼았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무런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필요한 1,100조원의 추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선 차기 정부가 국민과 잘 협의하라는 게 전부다. 이렇게 해서 일이 되는 세상은 없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나라살림의 근본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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