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종석 칼럼]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부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종석 칼럼]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부쳐

입력
2007.09.27 02:51
0 0

우선, 화사한 수사보다 질박한 실무적 관심에 이끌리는 회담이 됐으면 좋겠다. 정상끼리의 만남인 만큼 수사를 배제하기야 어렵겠지만, 두 사람의 합의가 꼭 총론에 갇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총론적 수사는 1972년의 7ㆍ4 공동성명과 2000년의 6ㆍ15 공동선언으로 족하다.

그래도 수사가 있어야 한다면, 그것이 ‘우리 민족끼리’ 류의 동화 욕망에 올라탄 통일 수사가 아니라, 화이부동 정신을 밑절미 삼은 평화와 협력의 수사였으면 좋겠다. 한 쪽 당사자가 임기를 얼마 안 남겨놓은 시점이어서 스스럼이 없진 않겠으나, 이번 회담이 한반도를 굳건한 평화체제로 옮겨놓는 반송대 노릇을 했으면 한다.

■ 통일보다는 평화와 협력을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들어선다는 것은, 제한된 시평(時平)에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상대방을 외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실상 1991년 9월18일 남북이 제가끔 유엔에 가입했을 때, 서울 정부와 평양 정부는 이미 상대방을 외국 정부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는 데 거리낌을 없애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통일에 큰 값어치를 매겨온 사람들에게 이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코리아는 하나!’라는 낭만적 구호 아래 남과 북이 적대하는 것보다는, ‘코리아는 둘’이라는 현실적 판단 아래 사이 좋은 외국으로 지내는 게 남북 모두에 훨씬 이롭다.

정상회담은 의제와 잠정적 결론을 미리 조율한 뒤 이뤄지는 일종의 추인 형식이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북행을 앞두고 몇 가지 몽상을 해본다.

어떤 두 나라의 관계가 정상적이라는 첫 번째 표지는 대사급 수교다. 그것이야 뒷날 이야기이겠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울과 평양에 양측의 상주대표부라도 두기로 합의했으면 좋겠다는 몽상을 해 본다. 서울과 평양의 상주대표부는, 판문점의 남북연락사무소에 견줘, 두 나라 관계를 좀더 정상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남북의 언론사들이라도 상대편 수도에 지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몽상을 해 본다. 물론 관영 일색의 북측 언론이나 뼛속까지 상업주의적인 남측 언론이 상대 지역을 공정하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 지금처럼 두 나라가 ‘휴전’ 상태에 있는 한, 상대방 지역에서 이뤄지는 언론활동의 한계는 언론의 성격과 상관없이 불가피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한계를 안고라도 언론사들이 상대 지역에서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남북 주민집단의 상호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이 상대방을 버젓한 주권 국가로 인정한다면, 상대방을 지칭할 때 국호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남북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북한’이나 ‘남조선’이라는 말을 쓰는 거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신문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공적 텍스트에선 상대측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대)한(민)국으로 부르는 것도 논의에 부쳐볼 만하다.

사실 남과 북의 관계를 이렇게 정상적이고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만드는 것은 북쪽 지배층에게 훨씬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질서 속에서 온갖 수준의 교류가 상시적이 되면, 체제의 균열을 예감하는 것은 북쪽일 테니 말이다. 북쪽이 지금의 경직된 체제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남측은 북측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그와 동시에 남측은, 동맹국들과 함께, 북쪽의 변화가 그 사회의 피륙을 찢어내지 않을 만큼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협력과 개입에서 절제를 보여야 한다.

■ 북한을 '가장 가까운 외국'으로

확실한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한민국의 ‘가장 가까운 외국’으로 만드는 것이 한반도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그러다가 역사의 어떤 매듭이 자연스레 풀려 평화통일이 이뤄지면 좋은 일이다. 끝내 통일이 안 돼도, 우리와 언어를 공유하고 우리와 핏줄이 통하는 이웃나라와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다.

객원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