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을 코앞에 둔 25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을 벨로루시, 시리아, 이란 등과 함께 ‘야만정권(Brutal Regime)’이라고 규정, 미국 정부의 속내가 뭔지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벨로루시, 쿠바, 이란, 북한, 시리아, 짐바브웨 등 야만정권들은 세계 인권선언에 포함된 국민들의 기본권리를 부정하고있다”고 비난했다.
부시 행정부가 그 동안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 또는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에 포함시키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로 지칭하곤 했으나 북핵 6자회담이 진전을 보인 최근에는 이 같은 표현을 자제해왔던 것으로 미루어 이례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미얀마와 쿠바, 짐바브웨, 수단 등의 인권상황을 세부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들 국가의 독재정권을 맹비난했으나 북한의 상황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야만정권’의 범주에 포함시키면서도 북한을 필요이상으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6자회담의 성공에 높은 순위를 두고 강온 양면정책을 적절히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부시 정부의 이 같은 접근법은 최근 제기된 북한과 시리아간 핵 커넥션 의혹을 명시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채 의혹의 ‘확대 재생산’을 방치하면서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문제에 있어서는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서도 거듭 확인된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24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문제를 연계할 지 여부에 대해 “강구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들을 자물쇠로 채우는 상황에 빠지고 싶지 않으며 현 단계에서 북한에 대해 어떠한 유인책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두 사안을 연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반면 미 국무부가 6자회담 전체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26일 미사일 판매에 연루된 북한과 이란 기업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한 것은 부시 행정부내의 강경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시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선 일관된 정책이라기보다는 행정부내 강경세력을 무마하기 위한 일시적 고육책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 하원 외교위의 로스 레티넌 공화당 의원 등이 25일 국군포로 전원 석방, 미사일 및 핵기술 수출 중단 등 8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미국 내 대북 강경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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