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바로티와 함께 오페라를 하는 것은 너무 즐거웠지만, 작품이 끝날 때쯤엔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고민이었죠.”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마우리치오 베니니(55)는 최근 타계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의 추억을 돌이키며 미소를 지었다. 국립오페라단이 올리는 베르디 오페라 <멕베드> (10월 4~8일ㆍ예술의전당)에서 지휘봉을 잡기 위해 처음 한국에 온 베니니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영국 코벤트가든,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최고 극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휘자. 국립오페라단의 정은숙 예술감독이 상당히 공을 들여 초청해왔다. 멕베드>
가장 인상 깊은 가수가 누구였냐는 질문에 파바로티를 꼽은 베니니는 “파바로티는 악보를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연습을 할 때 항상 내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줘야 했다. 하지만 10분만 지나면 ‘밥 먹으러 가자, 낚시하러 가자’고 졸라대곤 했다”고 말했다.
“워낙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러 다니다 보니 5, 6㎏이 느는 건 보통이었어요. 하지만 노래를 듣기만 하고도 다음날엔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얼마 전 파바로티의 장례식에 다녀왔다는 그는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던 나를 199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로 데려간 것도 파바로티였다”며 가슴 아파했다.
최근 2년간 두 작품을 함께 한 소프라노 조수미에 대해서는 ‘판타스틱하다’고 표현했다. “목소리 뿐 아니라 표현력과 연기력에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왜 자기랑 같이 안가냐며 삐진 표정을 짓더군요. 하하.”
베니니는 꼼꼼하고 까다로운 완벽주의자로 소문이 났다. 마음에 들 때까지 수십 번을 반복하다 보니 리허설을 막 마친 그의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지휘자는 베르디 같은 천재의 음악을 대중에게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천재가 남긴 작은 실마리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끝없이 탐구하고, 노력하는 수 밖에 없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유럽의 알렉산드루 아가케(바리톤)와 조르지나 루카스(소프라노), 한국의 유동직(바리톤)과 서혜연(소프라노)이 팀을 이뤄 멕베드와 레이디 멕베드를 연기한다. 베니니는 “한국 성악가들이 잘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와보니 전체적인 수준이 훨씬 높다”면서 “한국 음악계에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멕베드> 는 베르디 초기 걸작으로 꼽히지만 국내에서는 10년 전 단 한번 공연된 게 전부일 만큼 낯설다. 그는 <멕베드> 에 대해 “작곡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과 억눌린 민중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멕베드> 멕베드>
“<멕베드> 는 왜 제목이 ‘레이디 멕베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레이디 멕베드의 비중이 큽니다. 타이틀롤인 멕베드보다 아리아도 많죠. 사랑의 대상은 오직 권력이고, 남편을 야망을 위한 도구로 삼는 강한 캐릭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 흥미로워요.” 그는 특히 부부의 서로 다른 심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2중창을 가장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멕베드>
베니니는 <멕베드> 공연을 마친 후 12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노르마> 를 공연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간다. 내년 1월에는 코벤트가든에서 스타 소프리노 안나 네트렙코가 출연하는 <라 트라비아타> 의 지휘봉을 잡는다. 라> 노르마> 멕베드>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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