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이 세운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10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기자브리핑에서 “변 전 실장의 특별교부세 지원 요청 여부는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여러 가지 점검하는 과정에서 최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9일 검찰은 변 전 실장이 행정자치부에 흥덕사 특별교부세 지원을 요청한 정황을 밝혀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변 전 실장의 혐의를 미리 파악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검찰에서 단서가 포착되자 뒤늦게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변 전 실장이 흥덕사 외에 다른 사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교부세 지원을 요청했는지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천 대변인은 “불법 요소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가 이런 활동(흥덕사 외 사찰에 대한 특별교부세 지원 요청)이 있었다고 미리 밝힐 필요는 없다”며 “검찰이 수사 중이고 자료를 요청해온다면 언제든지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해 변 전 실장이 여타 사찰에 대한 특별교부세 지원을 요청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변 전 실장의 특별교부세 지원 요청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검찰이 판단할 부분이며 요청 사실만 놓고 문제라고 판단할 수 없다”며 “특별교부세는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부처 어디서든 요청할 수 있다"고 감쌌다.
그러나 변 전 실장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영배 스님과의 유착 관계 때문에 사적 이유로 국가 예산을 전용했을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같이 판단을 유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특별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을 당했거나 예기치 못한 소요 발생 시 행자부에 신청해 받는 지원금이다. 이를 변 전 실장이 주무 부서인 사회정책수석실을 거치지 않고 행자부에 요청한 것은 권력남용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천 대변인은 “특별교부세를 요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특별교부세 집행의 타당성 여부는 행자부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변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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