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35)씨 비호의혹 사건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에 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추석 전에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온 검찰은 신씨의 횡령 혐의 입증이 늦어지는 등 수사속도가 떨어지자 초조한 모습이다.
반면 신씨와 변 전 실장 등은 검찰을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물증과 진술 등을 통해 확인된 부분 외에는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 향후 재판에 대비하는 등 차분히 대응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이후 초동수사 부실 논란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사실을 의식한 듯,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신씨와 변 전 실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무리 지으려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 초조한 검찰
검찰은 21일 변 전 실장과 신씨를 다시 불러 각각 흥덕사 국고예산 지원 외압 행사와 미술관 공금 횡령 등 구속영장 청구에 필요한 혐의 부분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법리 적용과 사실관계 확인이 쉬운 사안들에 수사력을 모아 영장 기각으로 실추된 명예를 조속히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씨의 계좌자료 분석을 통해 횡령 금액이 구체적으로 집계되면 영장을 재청구키로 하는 한편 변 전 실장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 입증을 위해 영배 스님과의 사이에 국고 지원과 관련된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는 공식 브리핑에서조차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요 인물에 대한 소환 일정 등 수사스케줄을 간간이 공개하는 등 언론 취재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검찰의 변화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해지자 여론을 자신들 편으로 붙들어두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신정아씨의 극적 변화
사건 당사자들 가운데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인물은 신씨다. 사건 초기에는 “예일대 박사 학위가 진짜라는 사실을 입증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했던 신씨는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학위 위조가 사실로 드러나자 “학위 브로커에 속았다.
나도 피해자”라고 말을 바꾸었다. 신씨는 검찰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예일대 박사 학위증 양식 파일 등 학위 위조와 관련된 증거들을 찾아낸 이후에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기자들과 마주쳤을 때 보였던 당당함도 사라졌다. 신씨는 영장이 기각된 직후, 최대한 말을 아낀 채 고개를 떨구었으며 신씨의 변호사도 “검찰은 검찰의 입장이 있고, 법원은 법원의 입장이 있다.
조사에 열심히 응하겠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변호사의 지인이 원장으로 있는 한 병원에 입원,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가 하면 검찰 소환에도 앰뷸런스를 타고 나타났다.
■ 입 꽉 닫은 변양균씨
“장윤 스님과 만난 자리에서 신씨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 “신씨와는 개인적 친분이 없다”고 주장했던 변 전 실장은 거짓말이 드러난 후, 검찰 조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변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흥덕사 국고 지원 등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시인하면서도, 정작 범죄혐의 입증과 직결되는 대가성 부분 등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참고인들도 사건 초기의 주장을 번복하는 등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변호인을 통해 “7월 8일 변 전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불교계와 동국대의 현안을 얘기하다 자연스럽게 신씨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던 장윤 스님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는 “변 전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변 전 실장이 신씨 문제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초 불교계 언론매체와의 간담회에서 “신씨의 학위는 진짜”라고 말했던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도 2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학위를 확인했다는데 그걸 믿어야지, 무얼 믿겠느냐”며 말을 바꾸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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