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루이지애나주 제나의 한 고등학교에서 흑인 학생 6명이 백인 학생 1명을 폭행한데서 비롯된 이른바 ‘제나 식스(6)’사건이 전국적인 인종차별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폭행 사건은 지난해 12월에 일어났으나 폭행에 가담한 흑인 학생들에게 살인미수 및 공모 혐의가 적용되자 흑인 사회로부터 ‘인종차별적 단죄’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노가 확산되면서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흑인 학생 가운데 마이클 벨은 혐의 내용이 경감돼 7월 2급 가중폭행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그러나 사건 당시 채 16세에 이르지 못했던 이 학생이 청소년 법정이 아닌 성인 법정에서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들로부터 재판을 받은 것이 새로운 쟁점으로 불거지면서 흑인 사회는 더욱 동요하고 있다.
벨을 제외한 5명의 폭행 가담 흑인 학생 가운데 2명에 대해선 혐의가 가중폭행으로 경감됐으나 나머지 3명은 여전히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8월 이 고등학교 교정에서 한 흑인학생이 ‘백인 나무’로 알려진 나무 아래 앉았다가 다음날 교수형을 의미하는 밧줄 올가미 3개가 나무에 내걸린 사건과 맞물리면서 흑인들의 분노를 한층 들끓게 하고 있다.
교수형 밧줄 사건에 연루된 백인학생 3명에 대한 징계는 교장의 퇴학 권유에도 불구, 정학에 그쳤기 때문이다.
흑인 사회의 감정이 격해지자 알 샤프톤을 비롯한 흑인 민권 운동가들은 흑인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고 20일엔 제나에서 수천명이 참여해 가두행진을 벌임으로써 집단 행동에도 불을 당겼다.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 대선주자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저명한 흑인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19일 이번 사건과 관련, 오바마 의원이 “마치 자신이 백인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잭슨 목사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군중 연설을 통해 “내가 대선주자라면 제나 사건에 모든 것을 걸었을 것”이라며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따라잡을 만큼 대담하다고 생각치 않는다”고 공격했다. 오바마 의원측은 이 같은 비난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영국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흑인 학생들을 위해 19일 1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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