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14년 연속 미국 최고의 갑부 자리를 지켰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20일 선정한 '미국의 400대 부자' 순위에 따르면 그는 590억달러의 재산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세계 최고의 부자는 아니다. 그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호 자리에 오른 사람은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영국 BBC방송이 지난 7월 보도한 슬림의 재산은 678억달러에 달한다.
그는 남미 최대 통신사인 아메리카 모바일, 전화회사 텔멕스, 무선전화 텔셀 등으로 남미의 통신업계를 주름잡고 있는데 최근 주식값이 급등하면서 세계 최고부호로 떠올랐다.
▦ 하지만 그의 이름은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지명도로 치면 빌 게이츠에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세계 최고 기부 왕으로 꼽히는 게이츠와는 달리 남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일 듯하다.
기부가 사람들을 유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철학 때문이라나. 그런 그도 최근 남미의 빈곤층을 위한 의료원 설립에 5억달러를 내놓아 거액 기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돈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사업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기부활동보다는 기업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 추석을 앞두고 나라 안팎에서 가슴 뭉클한 기부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치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의 대학 스승의 딸인 바버라 도드 앤더슨(75)이 1억2,800만달러(1,186억원)를 자신이 다녔던 고교에 기부했다.
버핏의 회사 펀드에 투자해 갑부가 된 그녀는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데 버핏이 지난해 370억달러(34조2,879억원)를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한 것을 보고 이런 결정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73세 재미사업가 박병준씨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쾌척한 1,000만달러(93억원)는 해외 교포의 모국 기부로는 최고 액이다.
▦ 미국에서는 수십억에서 수백달러에 이르는 기부금을 내는 갑부들이 수두룩한데, 우리 사회는 삯바느질이나 힘든 장사로 돈을 모은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기부문화의 주류를 이룬다. 죄를 지은 일부 재벌들의 '속죄성 기부'는 예외로 치고.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도 자녀들에게 유산 안물려주기 운동 등 다양한 기부문화가 활성하고 있다.
기부는 신뢰와 함께 우리 사회를 튼튼하게 받쳐주는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며, 날로 심해지는 양극화의 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올 추석은 가족들과 함께 기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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