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이 세운 울산 울주군 흥덕사에 국고 지원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두 사람 사이의 검은 거래 여부를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향후 정부와 불교계 유착 의혹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검찰은 우선 변 전 실장의 흥덕사 국고 지원 개입이 영배 스님과 맺은 모종의 거래의 일부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흥덕사에 대한 특별교부세 지원은 지난 4월 변 전 실장의 '요청 형식의 지시'를 받은 행정자치부가 울주군에 "흥덕사에 대한 예산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먼저 연락을 취하면서 이루어졌다.
이는 동국대 이사회가 올해 2월 신씨에 대한 학력 위조 의혹을 묵살한 직후다. 변 전 실장이 신씨의 학력 위조 의혹 무마 내지는 신씨의 교수 임용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영배 스님이 회주로 있는 흥덕사의 민원을 해결해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 지원 결정이 이루어진 시기를 전후한 영배 스님의 언행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영배 스님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국대 이사회는 울주군청이 흥덕사 진입로의 교량 확장 공사비 명목으로 10억원을 배정한 직후인 5월 29일 "신씨의 박사 학위는 진짜이며, 의혹 제기가 잘못됐음이 확인됐다"며 장윤 스님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영배 스님은 7월 2일 불교계 매체 간담회에서도 "신씨의 학위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발언, 결과적으로 신씨의 학력 위조 은폐와 도피를 돕는 결과를 낳았다.
일부에서는 흥덕사 관련 수사가 변 전 실장의 기획예산처, 청와대 재직기간에 이루어진 다른 불교 사찰에 대한 국고 지원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청와대 불자회장을 맡을 만큼 열성적인 신자인데다, 자신이 신자로 등록돼 있는 과천 보광사 주지 종훈 스님으로부터 영배 스님을 소개 받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불교계 인사들과 폭 넓은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최근 수년 동안 템플스테이 국고보조금 등 불교사찰에 대한 예산지원 규모가 부쩍 늘어난 정황 등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에 대한 수사가 지닌 민감성을 의식한 듯 검찰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20일 브리핑에서 흥덕사 외에 추가로 수사대상에 오른 사찰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는 없으며 (변 전 실장의 요청으로) 국고 지원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범죄 혐의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흥덕사는 개인사찰이어서 문제가 됐지만, 전통사찰 등 문화재 지원은 범죄혐의로 연결시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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