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선후보 TV토론을 거부한 것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저격정치’가 다시 위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간 노 대통령이 범 여권주자중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겨냥해 공격성 발언을 계속하자 이들은 마치 주술이라도 걸린 듯 얼마 못가 자진 사퇴했다.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탈당 다음날 ‘보따리 장수’라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틈날 때마다 “여권주자가 아니다”고 비판해 왔고, 지금 그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느냐는 것이다.
범 여권 주자중 지지율 1위를 오래도록 고수했던 손 전 지사는 노 대통령의 잇단 비판을 시발점으로 친노 세력의 집중 포격을 받았고, 이 점이 여권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후보의 결정적 약점으로 부각되면서 전체적인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낙마한 3명의 주자와 손 전 지사는 모두 ‘경기고-서울대(KS)’출신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이른바 ‘KS에 대한 저주’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가설도 뒤따른다. 줄곧 비주류 행로를 걸어온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KS출신에 대한 묘한 감정도 작용하고 있을 법하기 때문이다.
실제 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범여권주자중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 전 총리에 대해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비판하자 그는 한달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고, 정 전 총장도 노 대통령이 2월말 ‘정치 대통령론’을 내세워 평가 절하하자 그도 역시 4월말 중도 포기했다.
노 대통령의 비판을 받아온 김 전 의장은 6월 스스로 물러났다. 노 대통령이 타깃으로 삼았던 범 여권주자중 신당의 경선 참가자는 손 전 지사와 정동영 전 우리당의장이었는데, 그중 KS출신인 손 전 지사가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비판한 여권 후보 중 아직까지 큰 타격없이 버티고 있는 후보는 정 전 의장 뿐이다. 신당경선에서 친노 후보인 이해찬 전 총리와 백병전을 벌이고 있는 정 전 의장을 겨냥한 노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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