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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코믹·멜로·액션·휴먼 "으! 선택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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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코믹·멜로·액션·휴먼 "으! 선택난감"

입력
2007.09.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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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다. 아들 손자 며느리, 또는 고향 가기 거시기한 인생들끼리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이다. 뭐할까 고민하다 대낮부터 술판 벌이지 말고, 모처럼 극장 나들이에 나서 보자. 천편일률일 거라 지레짐작하는 건 정말 천편일률적인 편견이다.

코믹과 멜로, 따뜻한 휴먼스토리와 울끈불끈 액션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한 트럭 준비돼 있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예매는 필수. 추석 대목 티켓박스 앞은, 귀성길 고속도로 톨게이트보다 정체가 심하다.

“지랄 같네…사람 인연.”, “그래도, 사랑합니다.”

‘추석=코미디’라는 공식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듯하다. 올 추석영화 라인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 ▦사랑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을 다시 만난 인호는 그녀를 위해 폭력조직에 맞서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러나 운명은 두 사람 앞에 순탄한 길을 허락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 첫사랑은 다시 인호의 눈 앞에 나타나지만 그녀는 가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조심하라. 인스턴트 사랑에 길들여져 있다면, 거친 남자의 가슴 속에서 끓는 사랑에 손을 델 수도 있다. ▦마이파더 6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제임스 파커.

22년 뒤 아버지를 찾아 주한미군에 입대하지만, 꿈에 그리던 아버지는 가슴에 빨간 명찰을 단 사형수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제임스의 마음 속에선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원망이 함께 커 간다.

‘꽃미남’ 대니엘 헤니가 한 사람 몫의 배우로 거듭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노년의 작가가 폭파를 앞둔 재개발촌으로 들어간다. 그가 찾아 헤매는 것은 첫사랑, 바로 어머니와 함께 한 추억. 영화는 60, 70년대의 풍경 속에서 아련한 사모곡을 연주한다. 봉건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뻔한 스토리, 하지만 그 투박함이 이 영화의 맛이다.

“얼매고? 내 몸값.” “두목과 사장님과 오빠는 하나다.”

추석엔 뭐니뭐니 해도 웃기는 게 최고, 라는 순박한 목마름을 채워줄 영화도 어김없이 준비됐다.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국밥 하나로 수백억원대 재산가가 된 권순분 여사가 지지리 못난 초보 인질범들에게 납치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납치범과 인질의 위치는 뒤바뀌고, 권 여사는 천재적 두뇌로 배은망덕한 자식들을 응징한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유머와 갑자기 <미션 임파서블> 로 전환되는 영화의 분위기. 하지만 추석엔 이런 영화가 ‘답’이다. ▦상사부일체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드디어 대학 졸업장을 따낸 계두식은 조직의 ‘대기업 밴치마킹 프로젝트’에 따라 대기업에 입사한다. 하지만 ‘글로벌’할 것이라 생각했던 대기업도 약육강식의 정글이고, 두식은 어쩔 수 없이 ‘쌈마이’의 기질을 드러낸다. 전편의 가학성 유머는 많이 중화됐지만, 관객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너도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우리 순서대로 키스부터 할까요?”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 조금 세련된 코미디를 원한다면 이 두 영화가 제격이다. ▦즐거운 인생 20년 전 활화산 같은 열정을 가졌던 록밴드 멤버들은 대리운전 기사로, 기러기 아빠로, 아내 눈치 보는 백수로 살아 간다. 영원히 잠들어 있을 것 같던 열정이 서서히 살아 나면서, 철없는 40대들의 유쾌한 패자부활전이 시작된다.

<라디오스타> 의 2탄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 장근석의 보컬 한 방에 날아간다. ▦두 얼굴의 여친 ‘엽기적인 그녀’의 귀환. 대학 7학년 백수에 왕소심, 돈 한 푼 없는 ‘찌질한’ 인생 구창에게 아리따운 아니가 나타난다. 하지만 아픈 과거를 잊지 못하는 아니에게 위로의 키스를 해주려는 순간, 그녀는 폭력적인 욕쟁이 ‘하니’로 변신하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 하긴 뭐 세상에 100% 새로운 게 얼마나 있을까.

“밀루유 떼베(나는 너를 사랑해)” “달려, 달려! 죽여버리겠어!”

추석이라고 꼭 한국영화만 볼 필요가 있을까. 상영관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말 놓치기 아까운 외화들이 숨어 있다. ▦원스 영화가 음률로 스며들고, 그 음률이 한 편의 영화로 승화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작품. 아일랜드 더블린의 거리의 악사와 노숙자와 진배 없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이들의 대화는 사랑과 이별을 넘어 서는 음악이 돼 더블린의 습윤한 공기 속에 울려 퍼진다.

▦데쓰프루프 ‘뭐…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싶은 영화. 영화의 스토리와 서사구조 따위는 변기에나 처박아 넣고 객석에 앉아 신나게 달리면 된다. 이 영화를 보고도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면, 우울증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여름궁전 중국 6세대 감독의 대표주자 러우예의 작품. 중국 천안문 사태를 시대적 배경으로, 뜨겁고 혼란스러운 청춘의 기억을 아프게 담아 냈다. 너무도 불확실한 미래와 채울 수 없는 욕망, 그 속에서 부유하는 젊음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본 얼티메이텀 고급 첩보물의 전범.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살인기계로 만들어진 제이슨 본은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찾아 몸부림친다. 그가 맞서는 것은 테러조직도 적국의 스파이도 아닌, 바로 불확실한 자신의 정체성이다. 긴박감 넘치는 카메라워크가 압권.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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