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 / 실천문학사김학철 선생의 기억… 우리의 뿌리와 정서
추석 때가 되면 꼭 김학철(1916~2001) 선생이 생각난다. 2001년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날인 9월 25일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연휴 후 뒤늦게 부고 기사를 쓰던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 그를 생전에 두 번 인터뷰했다. 사람이 자신이 쓴 글과 저렇게 꼭 같을 수가 있구나, 놀라웠다. 자신을 여전히 ‘독립군’이며 ‘직업적 혁명가’라 말하는 80대 작가, 그 반짝이는 눈빛과 해맑은 웃음과 사람을 푸근하게 만드는 여유가 얼마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모른다.
그는 ‘최후의 분대장’으로 불렸다. 1930년대 중국 동북지방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조선의용군에서 살아남아 총 아닌 붓으로 전우들의 역사를 기록했다. 원산 출생으로 보성고보를 다니다 중국으로 가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조선의용군 창립대원으로 활약했다.
1941년 태항산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붙잡혀 한쪽 다리를 잘라내고 나가사키 형무소에서 해방을 맞았다. 1946년 월북해 로동신문 기자로 일하다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중국으로 망명, 문화혁명 와중에 마오쩌둥을 비판한 소설을 썼다가 반혁명현행범으로 몰려 10년간 옥살이를 했다.
<격정시대> 는 원산에서 자란 소년이 민족의식에 눈뜨고 항일투쟁의 전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 첫머리를 오랜만에 펼쳐 본다. 어느 봄날 오후의 식민지 원산, ‘선장이’ ‘씨동이’ ‘쌍년이’를 등장시켜 김학철이 엮어내는 ‘개난리, 가재미난리’ 같은 삽화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져온다. 격정시대>
우리가 잊고 있는, 질박하고 구수한 우리말과 정서. 그리고 거기 담긴 우리의 뿌리, 우리의 격정. <격정시대> 는 평론가 김명인이 지적했듯이 “읽는 이에게 끝없이 뿌듯한 민족적 자부심을 일깨운다.” 이번 추석은 미처 못다 읽은 이 소설을 독파하며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격정시대>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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