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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담의 배꼽' 배꼽이 쓸모 없다고 생각해?

입력
2007.09.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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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심스 지음ㆍ곽영미 옮김 / 이레 발행ㆍ560쪽ㆍ2만2,000원

인간 신체의 많은 부위 가운데 가장 자주 유머의 소재로 쓰이는 곳은 어딜까. 답은 배꼽이다. 가령 이런 종류의 유머가 있다. 한 여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다. 배꼽을 응시하다 나사모양의 물건을 발견한다.

여자는 일어나 드라이버를 찾아 다시 앉는다. 드라이버를 배틈새에 넣어 돌려 빼면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궁둥이가 떨어진다. 배꼽은 유머의 소재로만 인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분석학에서 중요한 비유로 쓰이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 에서 ‘모든 꿈에는 헤아릴 수 없는 지점이 적어도 하나 있다. 그것이 배꼽이다. 다시 말해 배꼽은 미지의 것과 접촉하는 점이다’ 라고 갈파했다.

의학적으로 본다면 배꼽은 복부의 중앙의 움푹 파인 곳, 죽은 피부와 먼지가 모이는 장소에 불과하지만, 칼럼니스트 마이클 심스에 의해 다양한 ‘문화적 외피’ 를 두르게 된다.

저자는 <아담의 배꼽> 에서 배꼽 뿐 아니라 피부, 눈, 귀, 팔, 다리, 성기, 입술 등 신체 각 부위에 대한 ‘인체탐험여행’을 떠난다. 과학적인 접근은 가급적 배제하고 인체에 대한 인간의 태도와 관점이 문화사에 어떤 식으로 반영됐는가에 주목한다.

그리스ㆍ로마 신화, 성경으로부터 팝음악, TV드라마와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거들을 끌어들인다. 예컨대 페니스를 설명하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부터 페미니스트 철학자 수잔보르도,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까지 등장시킨다.

몸에 관한 관찰기라기보다는 상식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지은이의 표현을 빌자면 자연과 문화라는 두 분야를 교배시켜 얻어진 ‘잡종의 잡종’ 인 셈.

인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것과 함께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는‘지식’ 의 향연을 즐길 수 있어 책장을 넘기는 손이 바빠질 것이다. 서양문화의 코드에 이해가 부족한 독자라면 생경한 인용문들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꼼꼼한 각주가 이를 보완해준다. 원제 A natural and cultural history of the human form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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