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시칭(高西慶ㆍ54ㆍ사진) 중국 사회보장기금회 부이사장이 세계 금융계의 실력자로 등장했다.
중국 언론들은 2,000억 달러를 주무르면서 중국의 자원 확보와 해외 기업 인수 합병(M&A)을 주도할 중국판 테마섹(싱가포르 국영투자기업),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중국투공)의 운영 책임자(총경리)로 가오시칭이 임명됐다고 20일 보도했다.
로우쉬웨이(樓繼偉) 국무원 부비서장은 중국투공의 이사장으로, 장홍리(張弘力) 재정부 부부장은 상임부총경리로 내정됐다.
28일 정식으로 문을 여는 중국투공은 1조 3,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외환보유고 중 우선 2,000억 달러를 이용, 해외에서 기업, 채권, 주식, 부동산 등을 매입하고 원유 등 자원을 확보하는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또 중국 기업의 해외 M&A를 돕는 자금도 지원한다. 즉 중국 투공은 세계 자본 시장의 큰 손이고, 자오시칭은 거대 투자 기관의 사령탑이 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우선 가오시칭이 앞으로 운영할 자금과 유사한 사회보장기금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가오는 안전지상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보장기금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무려 9.3%의 수익을 냈다.
가오시칭이 안정성과 이윤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적격자로 판단한 것이다.
그는 4년간 사회보장기금을 운영하면서 기금의 30% 이상을 낮은 이자율로 유명한 중국 은행에 예치하는 행태를 뜯어 고쳤다. 또 기금 운영은 모름지기 15년 이상을 바라보는 장기 전망 하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서를 상부에 제출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주식 투자 시 단기 주가변동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주식은 매입한다는 가치주 투자방식으로 일부 종목에서는 30%의 투자 수익을 올렸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금융과 월스트리트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1년 베이징 대외무역학원에서 국제경제법을 전공한 후 그는 미국 듀크대학에서 경제법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그는 2년간 월스트리트의 로펌에서 근무해 금융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귀국 후 그는 중국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로 있다가 중국 보험감독원, 중국은행 등에서 국제금융업무를 주도했다. 가오는 문화대혁명(1966~1976년)으로 인해 고교 졸업 후 고향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한 공장에서 잠시 노동자로 일하기도 했다. ‘큰 손’ 가오시칭이 어디를 공략할 것인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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