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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슈타츠오퍼 '피가로의 결혼' 리뷰/ 명품 앙상블 그 명성 그대로…45만원 '귀족티켓'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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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슈타츠오퍼 '피가로의 결혼' 리뷰/ 명품 앙상블 그 명성 그대로…45만원 '귀족티켓' 이름값

입력
2007.09.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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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부터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빈 국립오페라극장)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과 동의어로 통했다. 다른 어떤 일급의 극장도 작품에 서린 우아미와 골계미를 빈 슈타츠오퍼만큼 자연스럽게 표출하진 못한다. 작곡가가 살아있을 때부터 쌓인 전통의 힘이다.

19, 2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빈 슈타츠오퍼의 첫 내한 공연은 그 전통의 힘을 직접 확인시켜준 기회였다. 최고 45만원에 달하는 티켓 가격은 분명 논란이 될 만했다. 하지만 빈에 가지 않고 본고장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점에서 가격 정책을 마냥 비판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티켓 값이 ‘그나마’ 더 올라가지 않은 것은 공연이 값비싼 무대장치와 소품을 생략한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엔 생소한 오페라 콘체르탄테에서는 간단한 의상을 걸친 가수들이 오케스트라 앞에서 노래와 연기를 펼치게 된다.

덕분에 가수가 오케스트라 단원 사이에 숨어 들어가고, 독백을 하면서 관객과 가까이 눈을 맞추는 진풍경이 자주 연출된다. 때로는 지휘자와 얼굴을 맞대고 노래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19일 공연에서는 일단 한정된 공간에서 어색하지 않게 드라마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무대 양쪽 출입문을 통해 가수의 등장과 퇴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했고 자연스럽게 동선을 짰다. 마지막 4막에서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서로 역할을 뒤바꾸는 장면에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분장과 소품의 도움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벽하다는 평가를 줄만 했다.

음악은 장단점이 혼재했다. 그러나 일반 레코딩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실연으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이었다. 주요 배역 4인 중엔 카리스마와 바람기를 적절히 표현한 마르쿠스 아이헤(백작)와 청순미가 넘친 알렉산드라 라인프레히트(수잔나)가 돋보였다. 이에 비해 타이틀 롤의 볼프강 방클(피가로)은 유머가 모자랐고, 록사나 브리반(백작부인)은 가창력이 떨어졌다.

반면 반주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세계 최고급 악단인 빈 필을 부분 집합으로 갖고 있는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는 유려한 음색과 치밀한 앙상블로 시종 박진감을 잃지 않았다. 일흔 두 살의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가 틀에 박힌 해석을 고수했음에도 신선함을 유지했던 것은 순전히 오케스트라의 역량 때문이었다.

이재준(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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