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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회비용

입력
2007.09.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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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프랭크 교수가 펴낸 <이코노믹 씽킹> (원제 Economic Naturalist)에 재미있는 얘기가 나온다. '오늘 밤 에릭 크렙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짜 티켓이 생겼는데, 이 티켓을 남에게 팔 수는 없다.

같은 시각에 밥 딜런도 공연을 하는데 티켓 값은 40달러지만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선 50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 두 공연을 보러 가는데 추가비용이 없다고 하면 에릭 크렙톤의 공연을 선택했을 경우 기회비용은 얼마가 될까.' 대학의 경제학 입문과정 학생들에게 낸 문제다.

▦ ①0달러 ②10달러 ③40달러 ④50달러로 4지선다형으로 출제된 문제의 답은 ②다. 그러나 이 과목을 들은 270명의 학생 가운데 정답을 고른 비율은 고작 7.4%였다. 연필을 굴려 무작위로 찍어도 25%의 정답률이 기대되는 이 문제를 경제학을 전혀 접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17.2%가 답을 맞췄다.

이어 경제학을 가르치는 학자 199명에게 같은 문제를 냈더니 놀랍게도 정답률은 21.6%에 불과했다. ④를 고른 이가 가장 많아 27.6%였다. 누구나 기회비용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상식의 함정'이 많다는 얘기다.

▦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 혹은 희생해야 하는 것 중의 가장 큰 가치'로 정의되는 기회비용은 근대 경제학의 가장 기초적이면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경제행위뿐 아니라 모든 일상사에서 합리적 선택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그러나 앞의 많은 오답에서 보듯, 막상 어떤 일에 부닥치면 생각처럼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효용 또는 가치의 산정엔 주관적 요소가 개입돼 개인마다 선택의 기회비용은 달라진다. 밥 딜런의 공연관람에 80달러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 사람도 과연 공짜 표 공연에 집착할까.

▦ '변양균-신정아 스캔들'과 '정윤재-김상진-정상곤 커넥션'이 권력의 측근비리로 확대되며 태풍의 눈이 됐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흥행요소를 두루 갖춘 이들 사건에서 한 달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권력형 비리가 더 이상 발붙일 수 없게 하고,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터잡을 토양을 튼튼히 하자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그럴 게다.

그렇다 해도 이 같은 합의의 기회비용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선국면 표류, 남북정상회담 무관심, 선심정책 남발, 민생법안 표류 등 이 범주의 가치를 계량하긴 참으로 힘들지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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