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모씨는 4월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국산 맥주 1병이 색깔이 너무 진하고 악취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개봉 때 김빠지는 소리도 없어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대화 중이라 별 생각 없이 한잔을 들이켰다. 김씨는 잠시 후 복통을 일으켰다. 이후 며칠간 일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계속됐고, 제조사에 연락했으나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20일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수입ㆍ수출 맥주와 달리 국산맥주에 유통기한 표기가 없어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맥주로 인한 위해사례는 2005년 52건이었으나 올들어 18일 현재 64건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3년간 접수된 161건을 분석한 결과, 맥주의 변질에 따른 부작용(장염 구토 복통 설사 등)이 37.9%(61건)로 가장 많았고, 이물질 혼입(쇳가루 유리조각 담배조각 벌레 등) 부작용이 32.3%(52건)였다.(본보 3월27일자 9면)
소비자원은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내수용 맥주는 유통기한 표시가 없는 반면, 같은 업체가 생산하는 일부 수출용 맥주에는 유통기한이 있다”며 “이는 “명백한 국내 소비자 차별”이라고 밝혔다. 하이트맥주의 경우 13개 수출국 중 독일 영국 중국 몽골 등 8개국에, OB맥주는 18개 수출국 중 몽골 중국 대만 등 5개국 수출 맥주에 유통기한을 표시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수입해 판매하는 외국 맥주 역시 대부분 유통기한을 표시하고 있다. 소비자원이 수입맥주 25개 제품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96%(24개)가 유통기한을 ‘제조일로부터 1년’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주류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관계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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