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8일 이규용 환경부장관 내정자의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녀 학교를 위한 위장전입은 부동산 취득과 관련이 없어 중대 결격사유가 아니다”며 “지난해 2월 차관승진 때에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임용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위장전입자를 장관으로 시킬 수 없다’고 강조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중 잣대’ 논란과 함께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립 기념식 축사에서 자녀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이 후보 문제를) 빨리 덮으라고 하지만 부동산 상가만 있어도, 위장전입 한 건만 있어도 도저히 장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적(政敵)인 이 후보를 공격할 땐 위장전입이 문제가 되고 자신의 각료를 임명할 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부동산 취득과 관련이 없어 결격사유 아니다”는 천 대변인 발언도 문제다. 이는 부동산 취득과 관련이 있을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청와대의 이전 행태는 그렇지 않았다.
청와대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으로 결국 낙마한 이헌재 전 부총리,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에 대해선 경제상황이나 사회봉사 경력 등을 들어 감쌌다. 그야말로 그때 그때 다른 청와대의 논리다.
정치권에는 청와대가 다른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일부러 이번 인사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무성하다. 위장전입 문제를 이슈화해 이 후보를 궁지에 몰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알면서 인사를 했다는 대목이 의혹의 진원지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의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당은 이 내정자를 압박하면서 이 후보에 대한 공격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내정자를 감싸기도 공격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된다.
청와대를 비난하자니 이 후보의 위장전입이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이 내정자를 두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청와대가 이 내정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이 내정자 스스로 사퇴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향후 청와대와 신당의 움직임이 의혹의 진위여부를 가릴 것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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