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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청와대 사람들

입력
2007.09.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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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그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허위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어서 한동안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그와 함께 이번 사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청와대 참모의 부적절한 처신과 책임감 부재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가.

국가의 중요 정책을 기획 점검 지원 평가하고 국정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책실장이라면 밤낮 가리지 않고 눈코 뜰새 없이 바빠야 맞고 개인 일도 당분간 접어두어야 마땅하다. 변양균 전 실장이 과천 자택을 나와 청와대 앞 숙소에 머문 것도 표면상으로는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본 뒤 정책실장이 저렇게 할 일이 없냐고 질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얼마나 한가하기에 저 많은 공력을 개인적 인연을 이어가는데 사용할 수 있었을까 하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취임 초기부터 기반이 취약했고 보수세력과 언론의 공격을 수 없이 받아 궁지에 몰렸던 대통령이다. 누구는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을 지적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것을 탓할 것도 되지 못한다. 청와대의 핵심인사라면 대통령에게만은 사실을 말하고 다소 억울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문제를 떠안았어야 옳다.

처음부터 진실을 말했더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깜도 안된다" "소설 같다"고 말했다가 망신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언론의 문제 제기에 역반응을 보이고 보란듯 청와대 참모를 두둔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꼭 변양균 전 실장이 아니라도 지금까지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이 보인 모습에서 진정성과 충성심을 의심할 일이 적지 않았다. 한미FTA에 반대하면서 자신은 잘 가르쳤는데 대통령이 잘못 배웠다는 비서관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의 임기가 버젓이 남아있는데도 청와대를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와대 비사를 다룬 책을 낸 행정관이 있었다. 심지어 치정관계로 자신의 부인을 살해한 행정관까지 있었다.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2,000만원의 후원금 외에 한푼도 받지 않았다던 정윤재 전 비서관이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을 보면, 결과에 따라 그 역시 대통령을 속였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그날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지는데, 어느 전현직 참모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를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들을 발탁한 사람이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점을 보면 사람을 보는 그의 안목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금은 한미FTA 강행 등으로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외면받지만 그래도 참여정부는 민주화운동과 진보세력의 지지 속에서 탄생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있기에 참여정부의 실패는 곧 민주화세력의 실패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그 실패는 큰 퇴행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생각하면 역사적 맥락을 생각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행동하는 청와대 사람들이 무척 원망스럽다. 사람들은 꼭 정책적 판단만 가지고 실망하는 게 아니다.

박광희ㆍ피플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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