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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걸린 손학규캠프 '애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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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걸린 손학규캠프 '애간장'

입력
2007.09.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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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3시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손 전 지사가 “오늘 밤 TV토론에 참석하지 않을 테니 방송국과 당에 알려라. 앞으로 이틀간 잡힌 일정도 전부 취소하라”고 통보한 뒤 연락을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부인 이윤영씨, 수행비서와 함께 하루 종일 칩거했다.

오후 3시 30분께 손 전 지사의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택. 최측근인 송태호 전 문화부장관과 캠프 TV토론팀 실무진들이 손 전 지사를 설득하기 위해 황급히 자택을 찾았다.

경비실을 통해 손 전 지사가 자택에 있음을 확인하고 아파트 현관 초인종을 수 차례 눌렀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전화를 수십 번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송 전 장관 등은 “오늘 밤 기자들이 몰려 올 일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며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약 두 시간 뒤엔 손 전 지사의 비서실장인 김동철 의원이 나타났으나, 이번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 의원은 “나도 만나 주질 않는다. 하지만 TV 토론에 나가실 것으로 믿는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손 전 지사는 오후 5시께 승용차를 수행비서 편에 어디로인가 보내버렸다. “당분간 완전히 칩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우상호 대변인은 “연락이 아예 안 되니 손 전 지사 생각이 진짜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오후 7시께 캠프는 손 전 지사 설득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경선이 불법, 탈법으로 흐르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TV 토론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한 참모의 예상대로 자택 앞에 기자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손 전 지사는 캠프 회의에서 동원 경선에 대한 성토가 나올 때마다 “늠름하게 가라. 의연하게 대처하라”며 참모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칩거 결정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전날 광주를 방문한 손 전 지사가 19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광주 망월동 5ㆍ18 묘역 참배 일정을 갑자기 취소할 때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손 전 지사는 19일 저녁 한 중진 정치인과의 전화통화에서 “동원이 판치는 이런 식의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경선 중도 포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당과 중진들이 나서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에선 TV 토론 불참이 곧 경선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질까 저녁 내내 안절부절이었다. 우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룸을 찾아 “손 전 지사가 ‘동요하지 말라, 맡은 바 할 일을 다 하고 있어라’고 한 것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방증 아니냐”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른 핵심 측근은 “단순한 시위라면 18일 대전 토론회부터 불참했을 텐데, 뭔가가 손 전 지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 같다”며 “손 전 지사가 주위 말을 듣지 않고 혼자 중요한 결정을 내린 뒤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라 걱정” 이라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손 전 지사는 3월 한나라당 탈당, 6월 범여권 참여 등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할 때도 2, 3일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행했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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