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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금융그룹 대전/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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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금융그룹 대전/ 국민은행

입력
2007.09.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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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의 ‘3다(多)은행’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자산이 가장 많고, 점포가 가장 많고, 고객이 가장 많은 은행이다. 명실상부한 ‘리딩(leading) 뱅크’인 셈이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후 6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내준 적 없이 정상을 지켜왔다.

우리 신한 하나가 지주회사 체제를 이미 전환된 데 비해, 국민은행은 ‘빅4’은행 중 유일하게 은행 중심체계를 갖추고 있다. 비중도, 문화도 철저히 은행 중심이었다.

하지만 국민은행도 결국 대세를 택했다.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국민은행의 지주회사화는 금융그룹간 경쟁의 본격 ‘개전(開戰)’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은행간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기세를 몰아 그룹간 대결에서도 정상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국민은행의 행보가 주목된다.

국민은행이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된다면 이름은 ‘국민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가 유력하다. KB국민금융지주도 가능할 것이다.

지주회사 밑에는 국민은행과 함께 현재 은행 자회사로 되어 있는 금융사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KB신용정보, KB자산운용, KB데이타시스템, KB선물, KB생명보험, KB창업투자, KB부동산신탁 등 총 7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향후 국민은행이 인수 또는 신설할 증권사도 지주회사 가족이 될 것이다. 현재 국민은행안에 들어가 있는 KB카드 역시 독립후 지주회사 편입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렇게 되면 새 지주회사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모든 금융부분을 아우르게 된다.

국민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이 제시하고 있는 미래 성장동력은 크게 ▦해외 진출과 ▦은행 및 비은행 부분의 균형 발전 등 2개 축이다. 지주회사 전환 방안은 주로 비은행부분 발전에 해당된다.

국민은행은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전통적 은행 업무로는 지속가능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국내 은행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은행 자체의 수익성은 일정 수준에서 정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들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적립식 펀드 등으로 돈이 쏠리는 등 자본 시장으로의 자금 이탈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국민은행 수뇌부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지주회사 전환이 필수적”이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지주회사로 개편되면 적극적인 인수ㆍ합병(M&A)를 통해 영업부문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김기홍 수석 부행장은 “은행법상 자회사 출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30%에 불과해 M&A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규모가 5조원 정도지만 지주회사는 자기자본의 100%를 다 쓸 수 있어 18조원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손보사 등을 인수할 ‘실탄’을 확보하는데 현행 은행보다 지주회사가 훨씬 쉽다는 논리다.

또 복합비즈니스 구축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가 되면 자회사간 고객정보 공유 등을 통해 교차 판매가 훨씬 쉬워진다. 증권사나 보험사와 연계된 상품 등의 개발ㆍ판매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토털금융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춘 국민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으로 금융 각 부문간 ‘시너지’까지 확보한다면, 그 시장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란게 대체적 분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상당히 된 일”이라며 “전적으로 이사회 결정에 달렸지만 이르면 연내 전환 결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강정원 국민은행장

‘호시우보’ 리더십… 도약 발판 ‘탄탄’

'호시우보(虎視牛步ㆍ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살피되, 황소처럼 신중하게 걷는다)'

강정원(57)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7월 월례조회에서 이 사자성어는 3년 가까이 국내 수위 은행을 이끌어온 강 행장의 리더십을 그대로 설명해 준다.

2004년11월 김정태 전 행장에 이어 국내 최대은행 CEO자리에 오른 강 행장은 그 동안 은행의 외형 확대보다는 건전성 증대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 결과 2004년 말 2.64%에 달했던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지난해 말 1.03%, 올 6월 0.8%까지 떨어뜨렸고, 연체율 역시 2004년 말 2.67%에서 올 6월 0.67%로 크게 낮추는데 성공했다.

강 행장도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다른 은행들이 여신을 경쟁적으로 늘릴 때 굉장한 인내심으로 자산 관리 시스템을 구璿?왔다"며 "국민은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강 행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리더십으로 평가받는다. 거슬러 올라가면 5개 은행(국민+주택+대동+동남+장기신용)과 1개 카드사(국민카드)가 하나로 합쳐진, 따라서 이질성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초거대 복잡조직의 수장으로서 조직안정과 융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행장은 내달 말 3년 임기가 종료된다. 금융계에서는 강 행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 뱅커스 트러스트, 도이체방크 등 국제적인 은행들을 두루두루 거쳐 국민은행이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해외 진출에 적합하며, 지주회사 전환 역시 강 행장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 이것이 '국민'의 강점

점포가 금융 멀티숍 변신… 펀드·보험 급성장 예고

국민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핵심 역량의 원천은 거미줄 같은 은행의 영업네트워크이다. 전국 곳곳에 퍼져있는 1,160여개의 점포망, 국내 인구 절반을 넘는 2,600만여명의 고객은 국민은행의 지주회사를 든든히 받쳐줄 뿌리다.

촘촘히 깔려있는 영업망의 저력은 펀드, 보험 등을 은행창구에서 대신 팔아주고 거둔 수수료 수익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펀드 판매 수수료 수익은 무려 1,929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5%, 지난해 말보다 15.1%나 증가했다. 2위인 신한은행은 1,306억원으로 국민은행의 68% 수준이다.

보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국민은행은 945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둬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덕에 국민은행이 자회사로 두고 있는 방카슈랑스 전문회사 KB생명보험은 방카슈랑스 부분에서 대형 생보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주회사 체제하에서 은행점포는 더 이상 은행만의 점포가 아니다. 펀드상품을 파는 증권점포이기도 하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창구이기도 하다. 일종의 '금융 멀티??인 셈이다. 전국 어디서나 가장 쉽게 간판을 찾을 수 있는 국민은행 영업점들이 업종을 망라한 금융상품을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다면, 시장지배는 시간문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지주회사 옷을 입기 위해선 한가지 중요한 시험대가 있다. 바로 리더십 문제다. 국민은행은 신한금융지주(라응찬 회장)나 하나금융지주(김승유 회장)처럼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은행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와도 다르다. 일부에선 개별 자회사들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조율하려면, 지주회사 체제에선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CEO 개인 보다는 이사회에 힘이 실리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영문화를 키워 왔으며, 이런 'KB스타일'은 개인 집중형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회사엔 꼭 이런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단일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스스로의 전통과 기업 문화에 맞는 리더십이 최선이 리더십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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