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내달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북측 아리랑 공연 관람 가능성에 대해 "관람 요청이 오면 우리로서는 검토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달 "북측이 노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을 제의했으며, 관람 여부를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본보 17일자 1면)가 나가자 "공연 관람을 북측이 공식 제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정상회담 1차 선발대를 환송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리랑 공연은 북측이 상당히 자랑스러워 하는 하나의 공연작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점에서 존중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손님을 대접하는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보여 주고 싶은 곳이 있고, 이를 존중하는 게 손님을 맞는 사람들에 대한 자세가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북측의 제안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공식 제의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북측의 제안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달 1일 시작된 아리랑 공연은 지난달 27일 수해복구를 이유로 중단됐다가 이달 17일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선발대 단장으로 이날 평양으로 떠난 이관세 통일부 차관은 17일 "(아리랑 공연이 재개됐는지) 선발대가 가서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랑 공연은 일제시대 이후 북한의 건국과 현대화 과정을 그린 체제 선전 목적의 집단체조극이다. 공연 내용 가운데 선군(先軍) 정신을 강조하는 인민군의 총격술 시범 등이 포함돼 있고, 공연 내내 인민군 휘장과 인공기, '수령 결사 옹위' 같은 구호가 난무하는 이 공연을 노 대통령을 포함한 정상회담 남측 대표단이 관람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 가운데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인사는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주요 인사 가운데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2000년 10월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아리랑 공연의 전신인 집단체조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관람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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