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부산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ㆍ구속)씨로부터 후원금 2,000만원 외에 추가로 2,000만원을 받았다는 김씨의 진술을 확보, 피내사자 신분으로 정 전 비서관을 소환 조사함에 따라 이 사건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지만 물증은 없고 김씨의 진술만 있는 상태에서 정 전 비서관이 강력 부인함에 따라 수사가 자칫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당초 언론사 3곳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정 전 비서관을 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하려다 피내사자로 신분을 바꿔 부른 것은 정 전 비서관의 범죄 혐의 입증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강력 부인하면서 돈의 성격 규정이 모호해지자 검찰은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 법원 판단을 구해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추가 금품은 세무조사 무마 대가?
검찰은 김씨로부터 최근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근무하던 지난해 연말과 올해 설날 전인 2월 2,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도와준데 대한 대가로 이 돈을 정 전 비서관에게 준 것으로 확인되면 정 전 비서관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7월 김씨의 부탁으로 정상곤(53ㆍ구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소개해 줬고, 정 전 청장은 김씨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김씨에게 1억원을 받았다. 때문에 김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넨 돈은 정 전 청장을 소개해주고 세무조사가 무마된데 대한 사례 성격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김씨의 전화통화 내역, 정 전 비서관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금품수수 정황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무조사가 무산된 시점과 정 전 비서관에게 돈이 간 시점간 시차가 문제다. 시점 차이가 너무 벌어질 경우, 대가성의 농도는 희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이 강력 부인하는 상황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 검찰, 떠밀려 한 수사 비판 직면
검찰은 또 정 전 청장이 김씨로부터 받은 1억원 중 일부가 정 전 비서관을 비롯한 정ㆍ관계 인사에게 흘러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 전 청장은 1억원의 용처를 말할 경우 양형(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줄어들 수 있는데도 용처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어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청장이 최근 지인들에게 "말하기 매우 민감하다" "입 열면 여러 사람 다친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정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전 수사가 부실했음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발표하고 지난달 31일 보완수사를 개시한 다음에도 17일이나 지나서야 정 전 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뒷북 치기 수사'에 대한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태다.
부산=김창배기자 cbkim@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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