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10시8분.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1시간 50여분 만에 서울 서부지검을 나서던 신정아(35)씨는 “대외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 열심히 응하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인 신씨는 간혹 울먹거리기도 했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학력 위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누드 사진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등 다른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구치소행을 일단 면한 신씨의 겉모습은 몇 번이나 쓰러질 듯하며 인천공항에서 서부지검으로 압송된 16일과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신씨 얼굴에는 학력 위조와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비호 의혹이 불거지기 전 “미술계의 잔다르크가 되겠다”고 얘기하던 특유의 당당함, 인터뷰 때마다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자신감이 다시 묻어나는 듯 했다.
신씨는 모습을 드러낸 지 3분 만에 변호인 박종록(55) 변호사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청사를 떠났으며, 오후 11시10분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 K병원에 입원했다.
신씨는 이날 오후2시30분 검찰이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만 해도 잔뜩 풀 죽은 모습이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두 눈에는 눈물도 글썽거렸다고 한다.
신씨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자포자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성실히 조사를 받은 뒤 ‘구속영장 청구 당시와 사정변경이 생겼다’며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신청을 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돌고, 검찰도 구속영장 발부를 자신한 듯 “신씨가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검찰에서 이미 다했기 때문에 굳이 심사를 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취재진에 구속집행 시 포토라인을 잘 지켜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하지만 오후 8시를 전후해 검찰 주변에서 영장이 기각될 것 같다는 얘기가 돌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오후8시20분 법원의 기각 결정이 신씨와 언론에 전해졌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신씨는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뱉어냈다고 한다.
이어 오후 9시를 전후해 잔뜩 찌푸린 표정의 검찰 관계자가 법원으로 향하고, 가벼운 표정의 박 변호사가 지검 청사에 들어섰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검찰의 입장이 있고, 법원은 법원대로 입장이 있으니 변호사가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말 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수사를 성실히 받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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