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고민이 시작됐다.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한꺼번에 0.5%포인트를 내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터.
2년 넘게 유지돼 오던 '한국 정책금리> 미국 정책금리' 공식이 깨지고, 양국간 정책금리가 순식간에 역전이 됐다. 9월 한 달(동결)을 쉬어가기는 했지만, 풍부한 유동성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7, 8월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이제 방향 수정을 고심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이번 금리 인하 조치가 향후 정책금리의 추가적 인하를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인지 단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금리 정책은 일정한 사이클을 갖기 마련으로, 일단 금리를 인하한 이상 하방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국은행도 이런 흐름을 도외시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각국 대부분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리는 추세이기 때문. 국내적으로는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점점 높아지는 등 인상 요인이 남아있지만 섣불리 더 이상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장에선 "이제 금리인상은 물건너 갔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대외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 따라 내부적 인상요인을 제쳐두고 금리를 내리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처지다. 결국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당분간 현재의 연 5.0% 수준에서 상당기간 동결하는 선택 외에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통화당국의 금리 결정에 인상이나, 인하 등 특별한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대처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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