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과의 기 싸움보다 협상 장 밖의 무관심과 맞서는 것이 더욱 힘듭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은 1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일정의 절반이 흘렀지만,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회의장의 열기가 좀처럼 밖으로 전달되지 않는 모습이다.
회담 첫날부터 한국에서는 ‘신정아씨 돌연 귀국’ 뉴스가 터지고, 브뤼셀에서는 EU법원이 9년간 끌어온 마이크로소프트사 반독점 소송관련 판결을 내린 것도 양측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연적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한ㆍEU FTA 협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너무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미 FTA가 지난 4월 타결될 때까지 정치권, 노동계, 시민단체 간에 격렬한 공방전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던 것과 비교해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 같은 무관심이 세계 최대 경제권에 대한 시장 확대의 호기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EU는 지난해 역내 국내총생산(GDP)이 14조5,000억달러로 미국보다 1조2,000억달러가 많은 세계 1위 경제권이다. 또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 EU 무역흑자는 184억달러로 대미 무역흑자의 2배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의 최대 흑자국인 중국(209억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EU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10%), TV(14%)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FTA가 타결되면 한미FTA보다 훨씬 큰 수출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방과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EU와의 협상에서 우리의 국익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권 및 시민단체가 비판자, 감시자, 응원부대 등 다양한 각도에서 지렛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경제산업부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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