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TV토론에 돌연 불참키로 하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해찬 전 총리 캠프는 향후 경선 판도에 미칠 파장을 저울질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정 전 의장측은 불참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오후 8시께 의원 총 동원령을 내리고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정 전 의장도 기차 편으로 광주에서 서울로 급히 올라왔다.
정 전 의장측은 최악의 경우 손 전 지사의 경선 중도하차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조직 동원선거 공세가 이유라면 명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캠프 관계자는 초반 4연전의 압승으로 ‘정동영 역(逆) 대세론’을 설파할 조건이 성숙된 와중에 손 전 지사가 판을 깨버리려는 비겁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 전 의장측은 특히 이날 일반 지지도에서 처음으로 손 전 지사를 제친 날이어서 당혹감이 더 했다. 동아일보가 17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공표한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0.2%를 기록, 손 전 지사(4.5%)를 앞섰다.
정 전 의장이 10%를 넘긴 것도 처음이다. 정 전 의장 측은 이 여세를 몰아 광주ㆍ전남 경선에서 결정타를 날려 승세를 굳히려 했는데 악재가 돌출했다며 손 전 지사를 원망하는 분위기다.
정 전 의장 측 의원들은 그러나 직설적인 공격을 자제하며 사태파악에 주력했다. 민병두 의원은 “명분이 없다고 보지만 지금 상황에서 손 전 지사측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섣부른 대응은 ‘정동영 비토 또는 견제’ 기류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인 듯 하다.
이해찬 전 총리측은 “TV토론은 국민을 상대로 한 공개적 약속이다. 집권하고 국가를 책임지겠다는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도리와 책임을 지켜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갑원 의원은 “설사 조직동원 경쟁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해야 맞다”며 “국민을 상대로 한 으름장 정치, 협박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캠프 내부에서도 “불리하다고 판을 깨는 것은 과거 이인제 후보를 떠올리게 하는 행태”라는 목소리가 주류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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