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일 "한국 경제는 인재 개발, 연구ㆍ개발(R&D), 규제 완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특히 규제 완화를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 보고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기업, 국민이 힘을 합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금도 모으고 열심히 했다"며 "규제 완화는 선진국에서 하는 것을 보면 다 나와 있어 (선진국이)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격적으로 규제를 없애면) 선진국으로 빨리 갈 수 있다. 아직 (국민소득) 2만달러가 안 됐는데 앞으로 잘만 하면 3만달러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하반기 경영환경과 관련,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삼성은 계획했던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반도체가 부진하지만 목표는 이룰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북 경협은 단순히 사업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한반도 민족의 장래를 위한다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개별 공장, 경영권 등 이런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 보고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상생협력은 적절한 국가발전 전략으로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고, 주요 기업 총수들도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합창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올해 30대 그룹의 중소 협력기업에 대한 기술개발ㆍ인력교육ㆍ시설자금 등 이른바 상생경영투자가 총 2조78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5.3%나 늘었다"고 보고했다.
이어 이건희 삼성회장은 "지난 2년간 상생협력 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한 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는 대ㆍ중소기업이 긴밀히 협력해야 경제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도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므로 부품회사와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구본무 LG회장은 "마케팅과 디자인은 대기업이 한다고 하더라도 품질과 성능은 협력회사가 하므로 LG의 경쟁력은 LG와 협력회사 전체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7월 제주 포럼에서 차기 경제대통령론을 내세워 설화(舌禍)를 겪었던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한발 더 나갔다. 조 회장은 "그간 기업들의 노력으로 상생협력이 확산되고 있고 앞으로도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상생협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리적인 협력을 통해 성공하는, 높은 의식과 제도로 발전해 가야 할 것"이라며 "기업 실무자들은 성과에만 집착할 수 있으므로 상생 친화적인 사고를 갖도록 인센티브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괜찮았다"며 "일방적인 강요 등 방법론상의 문제가 없다면, 대ㆍ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수적인 만큼 기업 총수들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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