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 본인도 아닌 다른 사람(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해 신씨 구속영장을 발부해 달라는 것은 무리다.”(노종찬 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
“법원은 신씨가 포함된 전체 사건을 봐야 한다. 국민은 그 사건에 대한 의혹 규명을 바란다. 신씨 구속은 이 의혹 수사의 출발점이다.”(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
19일 검찰과 법원은 오전과 오후 번갈아 기자회견을 열며 정면 충돌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검찰이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오전 9시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신씨 구속영장 기각 때문에) 수사에 엄청난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취임 이후 출퇴근 길에 사건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던 정 총장이 작심하고 법원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정 총장은 곧장 대검 간부들을 모아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전날 영장이 기각되자 대검에서 정동기 차장검사 주재로 심야회의를 가진 뒤 두번째로 여는 회의였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수사 방해수준”, “젊은 판사들이 공명심에 튀는 결정을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시종 ‘들끓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회의가 끝나고 11시 30분께 이귀남 중수부장은 대검 기자실을 찾아 “신씨 횡령 혐의 등을 보강해 주말까지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청인 서부지검을 제쳐두고 대검이 향후 대책을 발표하며 직접 법원과의 전선에 나선 것이다.
“도주 우려가 없고 초범이다”는 법원의 기각 사유에 대해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인데, 출국금지된 모든 피의자는 도주 우려가 없는거냐” “뇌물수수 공무원은 모두 초범인데 왜 구속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에 법원의 예기치 못한 반격이 나왔다. 오후 4시께 서울서부지법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 반발이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어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며 영장 기각의 합당성을 설명했다. “판결로만 발언한다”는 법원이 검찰 비난에 공식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
서부지법의 반격은 전날 영장 기각 이후 밤 11시께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가 “사법정의 포기, 사법적 무정부 상태 야기”라며 법원을 비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검찰 반발은 심야에 법원장에게 보고됐고, 유원규 서부지법원장은 이날 법원운영위를 소집해 공식 입장 발표를 결정했다.
특히 일부 젊은 판사들은 “늑장수사, 부실 초동수사를 한 검찰이 발부 사유가 부족한 영장을 청구해 놓고 기각되자 그 책임을 법원에 돌리고 있다”고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검찰 간부는 “법원이 산으로 나물 캐러 다니며 밥상(구속영장)을 차려 봤겠느냐. 맨 날 차려진 밥상만 받는 법원이 밥투정을 한다”며 법원이 척박한 수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지속됐다.
법ㆍ검 충돌의 단초는 신씨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된 검찰의 반발이다. 그러나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불구속 재판 원칙 강화를 천명한 이후 축적돼 온 영장 발부 기준에 대한 법ㆍ검의 입장차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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