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이 18일 신정아(35)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향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로 인해 검찰의 늑장수사에 대한 비판과 수사 역량 자체에 대한 의심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아져 검찰에 미칠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신씨의 신병 확보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불구속 상태에서의 수사와 구속 상태에서의 수사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치소에 수감될 경우 피의자는 자신에 대한 열패감과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이 심화하면 피의자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자신의 범죄를 모두 자백하게 될 수도 있다. 공범과의 연락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증거인멸 시도도 불가능해진다. 검찰이 인권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구속 수사를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신씨가 석방되면서 검찰의 수사 시나리오는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신씨에 대한 구속수사를 통해 변 전 실장 등의 혐의를 구체화하겠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의미다.
신씨 구속에도 실패한 마당에 과연 법리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변 전 실장을 사법처리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이르면 검찰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변 전 실장 이상의 배후세력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서부지검도 영장 기각 이후 내놓은 공식 입장에서 “향후 이 사건에 대한 증거 확보가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돼 앞으로 실체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법원에서 재청구 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는 검찰이 자초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수사의 초점을 놓고 우왕좌왕 하느라 신씨의 혐의 구증 부분은 다소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 아니냐는 의미다. 실제 이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지속적으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의 신씨 비호 의혹이 8월 중순에 제기됐음에도 3주나 지난 시점(9월4일)에서야 신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변 전 실장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하기도 전에 청와대에 변 전 실장 연루 사실을 보고해 결과적으로 ‘수사기밀 유출’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 역량에 대한 의심이 제기될 경우 검찰에 미칠 충격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변 전 실장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후부터라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나 대검 중수부로 이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실제 검찰은 지난 2월 서울동부지검 제이유그룹 수사팀의 참고인 거짓진술 강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발생하는 대형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전담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에 ‘부패범죄 특별수사본부’까지 설치하고 ‘프리랜서’ 부부장 검사를 5명이나 투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특수1ㆍ2ㆍ3부와 금융조세조사1ㆍ2부에 한명씩 배치되는 등 해당 부서의 부부장검사나 다름없는 상태여서 “이럴 바에야 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뒤늦게 대검 중수부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이 역시 ‘뒷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돼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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