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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꺾인 손학규 '벼랑끝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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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꺾인 손학규 '벼랑끝 전술'

입력
2007.09.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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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돌연 SBS방송 토론을 거부한 채 칩거에 들어간 것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조직동원 등 불공정성을 알리면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 보인다.

경선 초반 4연전에서 조직 동원 선거가 이 같은 결정의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무관심한 당 지도부와 중진들에 대한 실망, 다른 후보들이 자신의 과거 전력만을 부각하며 집중 공격한 데 대한 분노 등도 복합돼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손 전 지사는 통합신당에 참여한 후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예비경선 후 경선 룰 논의 과정에서도 당에서 제시한 여론조사 20% 반영안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의 요구로 10%로 줄어들면서 “지역별 인구편차가 반영되지 않는 국민경선을 받아들였는데도 너무 한다”며 보이콧 의사를 보여 캠프 내 의원들이 간신히 말렸다는 후문이다.

그런데도 경선과정에서 조직동원 선거가 판을 치면서 극도의 절망감을 느꼈고, 반전의 계기로 삼았던 광주ㆍ전남에서도 승산이 높아 보이지 않자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손 전 지사는 경선 전 ‘박스떼기’대리 선거인단 등록에 이어 실제 경선지역에서 버스동원과 해당 지역구 의원의 불법 전화선거 운동 양태 등이 알려지면서 “이런 경선에 참여할 이유가 있느냐”며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김한길 의원 그룹의 정 전의장 지지선언에서 불거진 당권거래설도 손 전 지사의 갈등에 불을 질렀다는 지적이다.

손 전 지사의 통합신당 참여를 적극 권유했던 중진들의 비협조와 무관심, 불공정 선거에도 불구하고 경고조차 하지 않는 당 지도부의 무능력에 대한 항의의 뜻도 담겨 있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손 전 지사는 경선초반 4연전에서 참패하고 믿었던 일반 지지도에서까지 정 전 의장에게 뒤지는 등 궁지에 몰리자 주변에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 전 지사가 중도 사퇴할 경우 경선은 우리당 출신의 정 전의장과 이해찬 전 총리가 맞붙는 ‘도로 우리당 경선’으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새로움을 호소할 수 있는 근거가 엷어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판을 깰 수 있다”는 신호는 캠프와 지지세력의 결집과 함께 당내 영향력을 가진 중진들, 나아가 김대중 전 대통령 측에 광주ㆍ전남 표심을 가져올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손 전 지사의 의도를 짐작한 것이지만, 문제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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