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현 시점은 분명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는 시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채권이나 기업의 주식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이런 부실이 우량 기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 투매 현상으로 순식간에 자본시장이 붕괴될 위험도 있다.
지금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비슷한 현상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지만 현실에 대처하는 선진국 투자자들의 자세는 자못 흥미롭다. 다양한 금융기법과 투자목적별 자금이 존재하는 선진국에서 리스크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는, 그래서 ‘반드시 피해야 할’ 상황임과 동시에 수익률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회’다. 리스크를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실제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일반화된 전략이다.
전형적인 형태가 이른바 벌처펀드다. 채권이나 주식의 가격이 터무니 없이 하락했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정크본드(투자부적격ㆍ부실 채권) 투자의 대가인 ‘마이클 밀켄’은 대학원 재학 시절 부실채권 가격이 향후 회수 가능한 가치보다 심하게 저평가되는 현상을 간파하고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이후 미국에서는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벌처펀드가 활성화 됐다. 이들은 금융시장 혼란을 틈 타 다른 이의 손실을 가로채는 부정적 이미지도 있지만 금융 거래가 완전히 막히는 것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한다.
최근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모기지 관련 손실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진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헐값에 나온 모기지 채권을 찾는 움직임이다.
만약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 금융시장은 어떨까. 이전의 경험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고 부실채권을 들고 있는 금융기관은 헐값에라도 채권을 현금화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게 뻔하다.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조차 자금 조달이 어려워 흑자도산이 나올 수 있다.
최근 간접투자가 활성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단순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금에게 다양한 투자 대안을 마련해 줄 수 있다면 혼란기에 금융시장을 빨리 안정시킬 수 있다. 또한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 외국인들에게 부실 자산을 헐값에 팔고 지금에 와서 비싼 값에 되사는 ‘악순환’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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