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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우리사회의 외계생명체, 획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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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우리사회의 외계생명체, 획일주의

입력
2007.09.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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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재로 유효기간이 가장 긴 것은 무얼까. 일부 영화학자들은 외계인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 많은 것들이 빠르게 현실이 되어버려 그 상상력이 힘을 잃어가도 외계생명체의 존재만은 그렇지 않다.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하며, 혹시 우주 어디엔가 존재하더라 인류와 조우할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에.

바로 그 ‘미지’가 공포다. 그래서 인간이 상상하는 외계생명체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든, 흉측한 초록 괴물이든,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든 인간과 지구를 정복하려는 잔인하고 아주 영리한 침략자(물론 ‘E.T’ 같은 예외도 있지만)다. ‘미지와 공포의 결합’이야말로 영화의 무궁무진한 상상, 반복과 메타포의 원천이다.

20일 개봉하는 올리버 허쉬비겔 감독의 <인베이젼> (사진)은 <화성침공>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폭력에 의한 정복과 지배가 아니라, 인간 육체의 강탈이다. 이제 외계생명체도 갈수록 교묘하고 섬뜩하다.

귀환하는 우주선에 붙어 들어온 370도의 고온에도 살아있는 생식세포가 인간들 몸 속으로 들어가, 유전자 구조를 파괴시킨다. 감염된 인간은 독감 바이러스처럼 그것을 강제로 다른 사람에게 퍼뜨린다.

그렇게 해서 외모, 생각, 기억, 습관은 그대로인데 감정이 없어진 인간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서로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가 돼. 전쟁과 빈곤과 고통이 없어져. 우리 세상은 완벽해”라고.

그런 세상을 매력 넘치는 정신과 의사인 여주인공 캐롤(니콜 키드먼)은 필사적으로 거부한다. 이상하게 면역이 있어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어린 아들 올리버의 생명과 어머니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자기감정을 강탈당할 수 없어서.

이런 영화의 공식처럼, <우주전쟁> 이 그랬듯이 <인베이젼> 도 결국 한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항우울제란 외계생명체를 물리치는 면역의 실체다.

휴대폰의 불통에서 보듯 기술은 러시아 퇴역 외교관의 말처럼 인간에게 가장 절실할 때 제 역할을 못한다. 대신 인간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의 부조화와 결점,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인간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인베이젼> 은 돈 시겔 감독의 <신체강탈자의 침입> (1956년),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우주의 침입자> (1978년), 아벨 페라라 감독의 <바디 에일리언> (1993년)에 이은 잭 피니의 SF소설 <신체강탈> 을 원작으로 한 4번째 영화다. 한 이야기가 이처럼 시대를 넘어 계속 반복되고, 그때마다 화제가 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터.

그것은 외계생명체가 상상의 존재로만 머물지 않고 인간 세상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첫 영화에서 그것이 미국에 불어 닥친 매카시즘이라면, <인베이젼> 에서 그것은 획일주의, 이성만능주의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역시 무시무시한 ‘신체 강탈’의 외계생명체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화대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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