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ㆍ 변양균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검찰 행보가 자꾸 엇나가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신씨 구속영장을 부당하게 기각하는 바람에 수사가 난관에 처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스캔들의 파문에 집착하면 달리 볼 수 있지만,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는 법률적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걸 모를 리 없는 검찰이 무슨 성명까지 내고 "사법 무질서를 부추긴다"며 대든 것에 오히려 경악할 지경이다. 검찰이야말로 사법 질서에 충실한 자세로 엄정한 수사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법원이 국민적 관심이 쏠린 신씨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은 언뜻 이례적이다. 그러나 사문서위조와 업무방해 등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판단은 수긍할 만하다.
대학에 제출한 위조 학력증명서 등이 검찰 손에 있고, 내막이 뭐든 미국에서 제 발로 돌아왔으니 다시 달아날 우려가 없다고 본 것 등은 법률적으로 타당하다.
물론 검찰이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중대한 사건도 검찰이 원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기본권 보호 등 적법한 수사를 위한 영장재판은 의미가 없다.
검찰이 항변하는 근거는 이런 대의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런데도 과장되게 반발하는 것은 애초 미적거린 것에 대한 비난을 법원쪽으로 슬쩍 돌리려는 의도마저 의심하게 한다.
검찰의 잘못을 새삼 열거하는 것은 지루하다. 굳이 지적하면, 두 달 가까이 머뭇대다 신씨 컴퓨터를 압수 수색해 변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확인하고서는 다시 변씨 처소와 컴퓨터를 압수 수색하겠다고 법원과 맞선 것이다.
그보다는 변씨가 신씨 비호를 위해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한 흔적이 남아있을 만한 청와대 집무실 컴퓨터 등 업무기록부터 뒤져야 했다.
또 신씨의 청와대 출입 의혹을 밝히는데 필요하다면 관련기록 압수수색도 마냥 꺼릴 일이 아니다. 겉보기나마 성역 없는 수사 자세를 보이지 않고는, 진상규명은커녕 검찰에 대한 의혹조차 씻기 어려운 상황을 바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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