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를 용인, 치매노인 수발 등의 장기 사회복무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허용을 둘러싼 논란에 줄곧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을 보인 것에 비해 괄목할 변화다.
낡은 틀을 깨고 국가적 딜레마 해결에 나선 것으로 볼 만하나,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경위가 석연치 않다. 묵은 난제 해결에 도움되기보다 민감한 때에 정치사회적 논란을 부추길 것이 걱정스럽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용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동서고금의 연혁을 살필 계제는 아니지만, 국제사회의 대세는 '집총 전쟁행위'를 거부하는 개인의 신념 또는 양심을 존중한다. 우리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를 정부에 권고했고,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을 합헌으로 규정하면서도 입법적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의 철학적 바탕을 깊이 헤아리기보다 병역의무와 안보의 중요성을 앞세우는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해 평균 800명에 이르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점과, '양심적'이란 표현 자체가 병역을 성실히 이행한 국민의 정서를 거스르는 점 등이 작용했다. 2005년 국방연구원과 2006년 국방부의 여론조사에서도 대체복무 허용을 지지하는 국민은 각각 23%와 39%에 머물렀다.
물론 이런 여론 추이는 주목할 만하다. 국회에서도 오래 전 허용법안이 제출됐고, 국방부는 지난 해 관련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한 대체복무연구위원회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해왔다. 위원회는 '양심 또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개념을 정리하는 등 쟁점을 집중 논의했으나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국방부는 이에 따른 정책 결정을 몇 달 째 미루다 '공론화를 위한 기초자료'라며 허용 방안을 슬며시 내놓았다. 내용도 오랜 논의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대목이 많다. 안팎으로 거친 논란을 부를 정책을 어물쩍 내놓은 배경부터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세부 논쟁은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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