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1913년께 석굴암을 해체ㆍ복원하는 과정을 찍은 유리원판 사진(롤필름 도입 이전 유리판에 찍은 사진)들이 최초로 공개된다. 1925년 불국사 다보탑을 수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석굴암과 다보탑의 보수 과정 등을 담은 사진들을 19일부터 12월19일까지 <경주 신라 유적의 어제와 오늘-석굴암ㆍ불국사ㆍ남산> 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한다.
이중 석굴암의 1차 해체ㆍ복원과정을 담은 사진은 총 12점으로 그 가운데 7점은 최초 공개되는 것들이다. 사진들을 통해 석굴암 전실(前室)이 굴절형이었음이 재확인됐으며, 식민지 시대 초기 석굴암 복원 과정에서 본존불을 제외한 모든 초석이 교체된 사실도 확인됐다.
1913년 경주에서 동양헌이라는 사진관을 운영하던 일본인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진들은 향후 석굴암의 원형 구조를 밝혀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대식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석굴암 해체 과정을 담은 사진에는 석굴암 돔을 덮고 있던 흙과 기와, 석재, 내부 환풍기 등의 모습이 담겨 있어 석굴암 구조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1918~25년 일제의 불국사 보수과정에서 한 차례 수리된 것으로 알려진 다보탑은 보고서가 남아있지 않아 이전 모습을 알 수 없었으나, 이번 사진 공개를 통해 수리 이전의 모습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사진 중에는 1925년 다보탑을 수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다보탑에서 찍은 석가탑 사진이 포함돼있다. 1966년 해체ㆍ복원되기 이전의 석가탑의 모습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들 사진은 모두 당시 총독부 박물관장이었던 후지타 료오사쿠가 촬영한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사진들은 1953년 밀반출될 위기에 처했던 사진 2,000여점을 성균관대가 구입, 소장해 오다 최근 첨단기법으로 복원한 것들이다. 송재소 박물관장은 “석굴암이 일제에 의해 훼손되는 실상이 최초로 공개된다는 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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