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가 중에서 가장 큰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세상을 떠났다. 만년에는 클래식 장르 바깥의 친구들과 더 많은 활동을 벌였고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 오페라 무대에 섰다가 좋은 평을 듣지 못한 경우도 많았지만 지구촌의 추모 물결은 예상보다도 뜨겁다. 음반산업계는 파바로티의 음반 판매량을 전성기 이상으로 늘리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나타난 현상은 파바로티의 후계자로 꼽을만한 현역 테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거의 20년 전부터 파바로티와 스리 테너의 후계자, 혹은 제4의 테너에 대한 언급이 몇 차례나 있었으므로 이젠 케케묵은 메뉴인데도 다시 이슈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국내 공연기획사 CEO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이 크게 걱정하는 바는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을 한국의 스리 소프라노라고 부른지가 10년도 훨씬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이들을 잇는 소프라노가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콘서트 일정이 잡히면 공연계의 이슈로 떠오를만한 대형 소프라노의 부재를 얘기한 것인데, 무척 공감 가는 지적이었다. 과연 뛰어난 한국 소프라노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젊은 유망주를 발굴하고 스타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너무 빈약한 탓일 게다. 물론 세계적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남성 성악가들이 거두고 있는 성과에 비하면 소프라노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콩쿠르가 무대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하나의 통로일 뿐이다.
이제는 세계적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하거나 해외 메이저 극장에서 주역을 따낸 다음에야 관심을 보이는 수준을 벗어났으면 한다.
아직 작은 극장에서 활동하고 있을지라도 실력이 뛰어난 성악가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국내 무대에도 세워서 잠재적 스타를 다수 육성해야 한다. 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국내지명도는 높지 않은 젊은 성악가들을 한 무대에 세우는 공연도 종종 있다.
9월 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그랬고, 다음달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유러피안 오페라 콘서트에도 관심이 간다. 두 콘서트의 출연진이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좋은 징조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좋은 자원이 풍부하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