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35)씨는 16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사전에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한결같이 피곤하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겪었을 심신의 고통을 방증하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동정 여론’에 호소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서(戀書)’를 주고받은 ‘스캔들’의 두 주인공이 동시에 지친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의 극적 효과를 감안한 것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초췌한 표정, ‘나홀로’ 출두
신씨는 15일 발간된 시사주간지 <시사in> 과의 인터뷰 당시 입었던 옷과 같은 차림새로 16일 오후 귀국했다. 매번 똑같은 옷만 입어야 한다는 것은 도피 생활의 힘겨움을 드러내는 하나의 징표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시사in>
신씨는 또 인천공항 도착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에 압송될 때까지 내내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공항과 서부지검 두 곳에서 한때 다리에 힘이 빠진 듯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귀국 전 일본 도쿄(東京) 나리타 공항에서 선글래스를 낀 채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그리고 최근 두 차례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부인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금방 쓰러질 듯했던 신씨는 그러나 16일 저녁 검찰 조사에 앞서 저녁식사로 설렁탕 한 그릇을 비운 뒤 원기를 회복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상당히 긴장된 표정으로 초조해 했지만 식사 후 진정됐다”고 말했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심각한 상태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동정심 유발 의도는 변 전 실장에게서도 읽힌다. 변 전 실장은 16일 오후 2시께 모범택시를 타고 혼자 검찰에 출두했다. 변호인을 대동한 채 검찰 조사에 응하는 통상적인 방식과 달랐다. 푸석푸석한 얼굴에서도 그간의 마음 고생, 몸 고생이 느껴졌다. 10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17일 오전 1시께 검찰청사를 떠날 때도 변 전 실장은 모범택시를 불러 혼자 타고 모처로 향했다.
사전 조율 가능성, 대질신문도?
검찰 조사에서 변 전 실장과 신씨는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일부 인정을 하긴 했지만 대부분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 17일 이틀간 조사받은 신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간의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구체적 정황은 없지만, 변 전 실장과 신씨가 그 동안 조율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검찰 소환에 응한 배경에 무언가 다른 의도가 숨겨졌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구 차장검사는 변 전 실장의 1차 조사에 대해 “그간의 수사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그러나 변 전 실장은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진술은 하지 않았다”고 말해 변 전 실장도 외압 행사 의혹을 상당 부분 부인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변 전 실장과 신씨는 16일 함께 검찰 조사를 받는 동안 한 차례도 마주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대질신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이뤄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가까운 사이’였던 신씨와 변 전 실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질신문을 통해서나 조우할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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